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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홍천강 탐사기행을 떠나며 39 거북바위와 쇠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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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07  10: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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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국장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방 한구석에 메주를 매달아 놓았다. 얼마간 남겨 청국장을 띄운 것이다. 이런 맛에 길들여온 나는 몸이 먼저 맛을 알아본다.
연못골에 대하여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청국장 냄새가 좋다고 하자 콩 마답을 끝내고 메주를 쑤었다고 한다. 한술 뜨고 가라며 국을 데운다.
청국장은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 되는 식품이다. 요즘은 배양균을 첨가하여 하루 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연발효에 의한 청국장은 메주콩을 10∼20시간 더운 물에 불렸다가 물을 붓고 푹 끓여 말씬하게 익힌 다음 보온만으로 띄운 것이다.
그릇에 짚을 몇 가닥씩 깔면서 퍼 담아 60℃까지 식힌 다음 따뜻한 곳에 놓고 담요나 이불을 씌워 보온하면 바실러스균이 번식하여 발효물질로 변한다. 바실러스균은 40∼45℃에서 잘 자라며, 발암물질을 감소시키고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바실러스균은 공기 중에도 많이 있지만 볏짚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청국장을 띄울 때 콩 사이사이에 볏짚을 넣고 띄우면 매우 잘 뜬다.
청국장은 발효식품이다. 우리의 먹거리 중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김치와 된장이다. 발효식품의 유용한 생리적 기능으로는 혈액을 약 알칼리로 만들고, 체내의 불순물을 배출·제거하며, 장내 세균의 평형을 유지하고, 세포를 강화 또는 활성화하며, 소화 촉진 작용을 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킨다.
특히 청국장을 먹으면 몸속의 지방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노화나 주름살을 방지하고, 청국장균이 장내에 들어가면 장내의 젖산균의 작용을 도와 여러 가지 이로운 물질을 생성하게 하여 위장 내의 유용 미생물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설사나 장염등을 예방하며 변비도 막는다.
우리 민족은 엄청난 숙성 발효공학의 지적 재산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청국장에서 강력한 혈전 용해 효소를 추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가 만연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감염 환자가 나오지 않은 까닭은 우리의 훌륭한 발효식품 덕분이 아닐까.
청국장에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길을 나선다. 들려준 이야기대로 ‘날근터’로 올랐다.
‘선바위골’은 ‘웃연못골’과 ‘할매골’이 만나 흐르다가 만나는 첫 번째 골짜기다. 골을 따라 올라가면 꽤 높다란 바위가 서있다. 이 골짜기 안막에는 나물이 많다. 나물을 뜯으러 산에 갔다가 몸이 지치고 다리가 무거우면 건너편 ‘약물다리’에서 시원한 약수를 받아 세수를 하고 발을 씻으면 피로가 확 풀린다고 한다. 약물다리는 이 마을에서만 알려진 약수다.
‘복상나무골’은 ‘밤나무골’을 지나 ‘술음재’로 넘는 길이 있었다. 개울을 건너가는 다리위에서 할머니가 햇살을 따라 멍석을 옮겨놓으며 콩을 펴 널고, 한 귀퉁이에서 키질을 한다.
‘집대골’을 지나 경로당 앞까지 다시 왔다.
경로당 뒤 골짜기는 ‘무태골’이다. 골이 깊지는 않은데 골에 이름이 있는 걸로 봐서 사람이 살았던 듯하다. 무태골은 전란에 이 골에 들어가 피난한 사람들이 무탈했다는데서 나왔다고 한다. 골 안쪽은 좀 너른하고 어둡지 않다고 한다.
경로당부터 길은 개울과 동행한다.
그러다가 개울 건너편에 넓죽 엎드려 고개를 들고 있는 바위를 만난다. 일명 ‘거북바위’다. 이 거북이는 고개를 들고 강으로 나가려는 자세다. 바위 아래에는 물이 고여 있다. 돌 하나를 물에 던지자 버들치가 떼를 지어 나온다.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자리를 떴다.
‘애기난골’은 만삭의 아낙이 나물을 뜯으러갔다가 애기를 낳았다고 한다. 어귀를 돌아들면 반쯤 남은 ‘키(치)바위’가 있다. 제방을 쌓느라 깼다고 한다.
‘키’는 곡식 따위를 담고 까불러서 쭉정이·검부러기 등의 불순물을 거르는 기구다.
앞은 넓고 편평하며 뒤는 좁고 우긋하다. 고리버들이나 대쪽 같은 것으로 결어 만든다. 곡식을 담고 까부르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거나 앞에 남고, 무거운 것은 뒤로 모여 구분할 수 있다. 키로 곡식을 까부르는 것을 키질이라 하고 곡식에 섞인 티끌을 바람에 고르려고 곡식을 키에 담아 높이 들고 천천히 흔들며 쏟아 내리는 일을 키내림이라고 한다.
키바위를 지나 ‘다름재’를 돌아들었다. 건너편으로 ‘오리골’이다. 오리나무가 많았다.
다름재다. 뭔가는 다르다. 다른 것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형이다. ‘월부터’는 평평한 구릉인데 다름재를 너머서는 비탈진 계곡이다. 고개 아래 양지쪽에 대여섯의 집들이 모여 있다. 개울은 튼튼하게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았다.
길은 고개를 넘고 개울은 내골 어귀를 지나 월부터로 향한다. 트래킹 하듯 개울을 따라 내려간다.

내골 작은 산 길
어귀에 외딴 집
늙은 어메가 아궁이에 불을 넣는다
굴뚝위로 날아가는 푸른 연기 산허리 휘어잡고
사립문밖에 개울
돌은 돌대로 흘러와 자리 잡고
나무는 봉두난발 하늘을 치댄다
빨랫돌 밑에선 버들치가 살고
샘 돌 속에는 가재가 산다
빈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붉게 비껴든다
늙은 어메는 하늘 한 동이 퍼 담아
배춧국을 끓이고 감자밥을 한다.
- 저녁밥 -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는 속담은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잘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외딴집의 삶은 위쪽에서 맑은 물을 흘려줘야 하늘빛 담긴 물 한 동이를 길어올 수 있다.
내년에는 관정을 파야겠다는 말에 세상이 씁쓸해진다.
개울을 따라 나오니 금세 월부터 아래쪽이다. 물은 큰 강으로 흘러든다. ‘쇠목소’에 머물던 푸른빛의 물빛이 징검다리를 지나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쇠목소는 연못골 내치기 위쪽에 있다. 연못골에 있는 못으로 조선시대에 좌수가 이 못가에 소를 매 두었다가 저녁때 끌러가 보니 소는 없어지고 고삐만 못 가운데 떠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이무기가 소를 잡아먹은 것이라고 전해지는 소다.
연못골에서는 도롱소 밖에 보지 못했다.
쇠목소는 ‘화상대’ 앞에 있다. 날도 어두워지고 버스 올 시간도 다 되어간다.
징검다리를 건너 화상대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튿날 다시 길을 나섰다. 라디오에선 동지팥죽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늘이 동지구나. 점심공양에 맞추어 주음치 ‘백락사’를 찾았다.
사찰에서는 동지법회를 가족법회와 2008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법회를 겸하여 갖고, 동지 팥죽을 경로당과 노인요양원에 공양했다. 이웃의 많은 노인들이 모였다.
동지팥죽과 불교의 인연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선덕여왕이 분황사 예불에 참석했는데 여왕을 사모하던 지귀라는 청년이 여왕을 만나고자 해 예불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 후 청년은 원귀가 되어 장안의 사람들을 괴롭혔다. 여왕은 스님들의 의견에 따라 동짓날 팥죽을 문간에 뿌렸는데 그 후 원귀의 행패가 없어졌다고 하고 사찰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먹게 됐다고 한다.
불교계에서는 동짓날 일주일 전부터 대덕 스님 초청 법문 등 동지 불공 법회가 열린다. 특히 지난 한해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을 가다듬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서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24절기는 태양력에 의해 자연의 변화를 24등분하여 표현한 것이며,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달하는 때를 ‘동지’라고 한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이는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말이다.
동지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겨 속절로 삼았다. 이것은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유풍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전통사회에서는 흔히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옛 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이 전하기도 한다.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옛부터 “단오(端午) 선물은 부채요, 동지(冬至) 선물은 책력(冊曆)이라”는 말이 전하여 온다. 동지에는 동지팥죽과 더불어 책력을 선물하던 풍속이 전한다. 이에 대해 《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11월 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동지(冬至)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 이 생(生) 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반포(頒布)하니, 내년(來年) 절후(節侯)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팥죽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화상대로 간다. 화상대는 화상사(和尙寺)란 절이 있었고 화상대사가 살았다 하여 붙여진 마을이다. 절이 있던 자리는 쇠목소 건너편 큰길가의 집과 모텔 사이쯤으로 짐작된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밭에서는 기와도 나왔다고 한다, 또 열두 살 때 부모에게 달려드는 호랑이를 쫓아버려 받았다는 방세군의 방씨 정문(方氏 旌門 -정려와 표창을 받고 1938년 7월에 세운 비각 : 지금은 종중의 묘지가 됨)이 전해 내려오는 마을이다.
이 마을로 놀러오는 사람들은 화상대란 누각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쇠목소 둔덕배기에는 정자각을 지어놓기도 했는데 아무 관련이 없다.
화상대에서 쇠목소 아래 징검다리를 밟고 쌍둔지로 건너가려다 미끄러져 빠졌다.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니 천근만근 무겁다.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양말을 갈아 신고 등산화의 물을 비운 다음 쌍둔지로 올랐다. 쌍둔지는 월부터 아랫마을이다.
연못골 물줄기가 다름재골을 지나면서 쌓아올린 둔덕과 솔골 골짜기가 밀어올린 둔덕이 마주하고 있다하여 쌍둔지다. 길은 강과 나란히 간다.
건너편 강가에 민박집이 보이고 큰길너머 골짜기가 보인다. 새골에는 작업대기소의 컨테이너가 놓여있고 아래 골짜기에는 대여섯 채의 집들이 보인다. 이 골짜기도 솔골이다. 솔골은 다시 두 골짜기를 이룬다.
그중 왼편골짜기의 한옥이 눈길을 끈다. 울타리도 대문도 없는 이 한옥은 김기덕 영화감독의 작업실 겸 쉼터이다. 가끔 빨간 버스가 문 앞에 세워져 있는데, 그날은 김기덕 감독을 만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은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에 관해 뛰어나게 묘사해 낸다. 특히 절망과 타락에 길들여져 있고, 자기 구원을 향한 자각이 생겼다가도 이내 희미해져 버리는 인간 군상을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표현 더 나아가 문학적인 텍스트를 그만의 영상언어로 시각화(visualization)시키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주의 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호평을 받는 감독이다.
내 기억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가 인상적이었다.
김기덕 영화감독의 한옥 뒤로 옛 고갯길인 문안재 길이 남아있다. 문안재를 넘으면 장골이다. 또 윗골짜기의 소로매재고개는 장골로 이어지던 길이다. 지금 451번 지방도에 있는 지르매재는 질매재 질마재라고도 하는데 고개가 뚫리기 전에 넘던 고개다.
쌍둔지에서 강을 따라 내려간다. 물골안 유원지다. 삼형제 봉을 이룬 청벽산의 단애와 물소리가 절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차도 다닐 수 없는 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오로지 걸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길은 꼬리를 툭 끊어버린다.
특히 김일성배때기 바위를 중심으로 한 풍경은 강과 모래밭과 산그늘이 짙은 순수함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분명한 산수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눈이 오고 물이 얼어붙으면 꼭 가야할 길이다. 그 물길을 빠져나오면 삼형제 바위다.
그러나 물골안 유원지와 함께 청벽산 삼형제봉의 아름다움은 기도원이 들어서면서 퇴색되었다. 그것이 가진 자만의 특권일까? 그곳에 어떻게 펜션을 지을 수 있었을까? 감히.
펜션 겸 기도원이 들어선 곳은 가치래기다. 마음마저 까칠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덧 내촌천의 긴 여정도 끝나간다.
광암리는 괘석리와 함께 따로 기행하기로 하고 내촌천과 장남천이 만나 아우라지를 이루는 철정으로 들어선다.
내촌을 기행하면서 큰길이라 기록한 길은 451번 지방도임을 알려둔다.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하면 451번 지방도다. 이 길을 따라 고개를 오르면 철정군인병원이고 이 고개가 아우라지고개다. 아우라지고개는 댕댕이고개 왕댕이고개라고도 부른다. 고개를 넘어가면 장골과 이어지는 메기골이 나온다. 메기골은 물골안 유원지다.
물골안 유원지의 삼형제봉과 그 아래를 흐르는 푸른 물빛과 모래밭이 그립다.
글·사진 허 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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