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분쟁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한 재판관이 법복을 벗었다.  
  조세법 전문 재판관이 임대 소득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임대 소득의 축소 신고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었다. 이번 탈세 의혹이 일반인한테서 야기되었더라면 이처럼 파문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가장 정의롭게 법을 집행해야 할 최고 법관이고, 사회의 거울이 돼야 할 고위 공직자였기 때문에 더 시끄러웠던 것이다.
  올들어 비리 의혹에 휘말려 옷을 벗은 고관 대작은 적지 않다. 3,4월 재정경제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은 각각 수십 년 전에 저질렀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려 사퇴했다. 소위 ‘끗발’을 이용한 교수채용 청탁 한 통화와 일백만원의 촌지 수수 때문에 물러난 차관들도 있다.
  이를 보면서 요즘 공직자의 비리와 부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어느 때 보다도 엄격해졌음을 느낀다. 그들의 불행(?)은 수년 전만 해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슬쩍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 정서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공직 사회에서 그동안의 상식이나 관행을 스스로 타파하려는 변화 물결도 보인다.
  공기업에서는 업무추진 비용을 투명하게 쓰겠다며 이른바 ‘클린카드(clean card)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자체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를 매달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도 많아졌다. 어떤 부처는 식대를 각자 지불하는 이른바 '더치 페이(Dutch Pay)제'를 도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청렴해졌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과거 정부보다는 근본적이고 진지한 부패 방지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할 뿐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 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에 접수된 부패 신고 및 상담은 올해 678건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 460건보다 47%나 늘었다. 이 가운데는 물론 비리와 관계없는 음해성 투서도 적지 않다.
  이제 스스로 더러운 타성에 젖은 기득권이나 어두운 관행의 울타리를 벗어 던지고 맑고 깨끗한 청렴 사회로 나가자.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 부패를 청산하지 않고는 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부패방지위원회 공보관/내면 중졸업/고졸검정고시/연대영문과 졸/
런던시티대 신문방송학 석사/
 前 헤럴드경제신문 기자 /
언론학 박사
<김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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