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자 메마른 대지는 봄비를 기다리고 있다. 봄에 무엇을 기다림은 존재의 이유이며, 희망이요, 욕망이다.
  일찍이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봄이란 봄의 출생이요,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수장(收藏)이다」라고 썼다. 윌리엄스 시처럼 보기에는 잠자듯 게으른 봄이 눈부시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교육계의 봄은 졸업과 입학으로 분주하다. 뿌림의 시작과 거둠의 끝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이다. 우리 개발원도 홍천, 아닌 강원의 실리콘 밸리를 목표로 홍천강 계곡에서 10여년 동안 삼천여명의 젊은 기술인들이 이 장대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100여년의 실리콘 밸리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도 시초는 릴랜드 스탠포드 상원의원 개인이 우리원 처럼 황무지 팔로 알토에 세운 무명의 스탠포드 공과대학이 시발점이었다. 이들은 철저한 현장실습의 전통과, 산ㆍ학ㆍ관 협조체제의 구축으로 기술의 르네상스를 열어 10여명의 노벨상 수상 명예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기술을 중시하는 개인적 신념이 창조적 에너지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 것이다.
  우리 개발원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실무중심 직업교육이 주목적이며 수요자 요구를 반영하여 전문학사과정으로, 취업과 진학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액 국비이며 교육수당도 지급하고 있고, 취업이 마음에 안들면 재취업을 알선하여 능력과 적성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IMF 이후 대학에 적을 두었던 청년실업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강원인력개발원에는 며칠 있으면 이백여명의 학생들이 직장에서 졸업식 강당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선배들을 잇는 새로운 젊은이들이 입학하여 교육장을 가득 채워 배움의 열기와 교수들의 강의 소리에 미래를 든든하게 해 준다. 이들 중에 노벨상 후보가 있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찌도 평범한(?)전기공학사 직장인이 아니었던가.
  중소기업의 인력난 극복을 위하여 재정은 국가가 경영은 경영단체가 운영하는 대한상공회의소 강원인력개발원은 대학으로 개편하라는 정부요구를 마다하고 오직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현장실무중심의 교육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학벌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능력에 초점을 두고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래도 산업현장에 우수한 기술ㆍ기능인을 배출할 것이다.
<박흥순·강원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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