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옛적에 노천땅 솟배기라는 곳에 두 아들을 둔 홀아비 홍씨가 비록 가난하지만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남달리 효성심이 많은 두 아들은 아버지를 봉양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하므로 그 효성심이 인근 마을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이 집안에 불행스러운 일이 생기고 말았다. 홀아비 홍씨는 원인도 모를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 두 아들은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좋다는 약이나 명의를 찾아다니며 온갖 정성을 다하였지만 아버지의 병은 별다른 치도가 없었다. 그날도 형제는 아버지의 병환을 걱정하면서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슬퍼하다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동생은 “형,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말이야. 어느 깊은 산속인데 하늘이 캄캄해지고 비바람이 부는 바람에 내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어. 나는 겁이 나서 아버지와 형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울고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 왔는지 내 앞에 하얀 도포를 입은 머리가 긴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신약을 가르쳐 주셨어. ‘애야 놀라지 마라. 난 이 산을 지키는 산신령이니라. 애비의 병에는 새로 돋아난 죽순이 신약이니라’ 하고 말을 마치고 다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하도 이상해서 ‘신령님, 신령님’ 부르다가 그만 깨어보니 꿈이더라구.” 그러자 형이 “아우야, 그 말이 사실이냐? 나도 사실은 말야 너와 똑같은 꿈을 꾸었단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꿈이다”라고 하였다.

동생은 놀라며 “형도 똑같은 꿈을 꾸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꿈이 맞을지도 모르니 내일부터 죽순을 찾아보자.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거야”라고 동생이 말했다. 형은 “아우야 그렇지만 너 혼자 보낼 수도 없고 둘이 같이 가면 아버지는 누가 간호를 해 드리냐?”며 말했다. 

동생은 “아니야 형은 집에 있어. 아버지 간호나 열심히 해. 나 혼자서 죽순을 꼭 찾아 올테니까” 하며 아버지를 살린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동생을 보면서 형은 “이 추운 겨울에 어디가서 죽순을 찾는단 말이니?”라고 말하였으나 동생은 한사코 “아냐, 내가 반드시 찾아 아버지 병을 고쳐드릴 거야”라고 했다.

이튿날 아우는 날이 새기도 전에 죽순을 찾아 산속으로 길을 떠났다. 몇날 밤낮을 찾아 헤매던 끝에 깊고 응달진 숲에서 마침내 아우는 탐스럽게 돋아난 죽순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꺾은 뒤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한걸음에 뛰어 집에 당도하였다. 동생은 기쁜맘으로 “형, 아우가 왔소. 죽순을 꺾어왔소. 이제 아버님의 병은 나셨소. 형, 기뻐하시오”라며 형을 불렀다. 

집에서 나온 형은 “아우야, 이일을 어쩌면 좋으냐 아버님께서는 오늘 아침 끝내 목숨을 거두셨단다”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말이 믿기지 않는 동생은 “형 무슨소리요.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이 불효를 어찌하려고 돌아가신단 말입니까. 안됩니다. 안됩니다. 일어나세요. 아버지 일어나세요. 여기 병을 낮게 한다는 죽순을 가져왔습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라며 하늘을 쳐다보며 절규하였다. 두 형제는 하늘이 원망스러워 서로 붙들고 목이 터져라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원통함을 털어낼 수 없어 몸이 굳어진 채 바위가 되어 버렸다.

후세 사람들은 지극한 효성을 다하더니만 끝내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바위가 되어버린 형제바위를 지날 때마다 형제의 효성심을 교훈삼아 살아왔으며 훗날에 많은 효자들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하며 사람들은 이 바위를 언제부턴가 죽순암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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