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효심도 지극해 새 물건이 생기면 부모님께 먼저 올리기 전에는 손대는 일이 없었다. 잠시도 늙은 어버이 곁을 떠나지 않았고 밖에서도 부모님이 즐거워할 물건을 보면 가난한 살림에도 꼭 사다 바쳤다. 그러므로 살림은 넉넉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지내던 중 노모가 팔순 되던 해 7월에 병을 얻어 눕게 되었다. 주변에서 구할수 있는 약은 다 구해 달여 드렸으나 백약이 효험이 없었다. 어느 날 고을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원을 집으로 불러 병을 진맥시켰더니 “어머니의 병은 수 천년 묵은 산삼을 구하여 쓰면 낫겠으나 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소는 집이 가난해 산삼을 찾으러 나섰다. 한동안 산을 해매다 보니 산골짜기에 흐르던 물도 끊어지고 길도 없어졌다. 그는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꿈 속에서 큰소리로 “이소야!”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는 어머니의 병환이 위급해서 자기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라 믿고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 때 발걸음을 돌린 그 자리에 이상한 풀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세 가지에 아홉 잎이 있고 붉은 열매가 달려 있었다.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니 산삼 냄새가 물씬 풍겼다. 정성들여 캐어보니 뿌리가 무우와 같이 큰 산삼이었다.
이소는 산삼을 소매에 넣고 급히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에게 올렸다. 그리고는 명의를 찾아가 삼잎을 보여 줬다. 이를 본 명의는 “이는 비할데 없는 그대의 효성을 하늘이 알고 내려주신 은혜이므로 어머니의 병은 틀림없이 나을 것이요”라고 말했다.
곧장 집에 돌아와 보니 죽도 못하시던 어머니가 밥을 잡수시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후 어머니는 차츰 기력이 소생되었다.
어느날 어머니는 잉어회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이말은 들은 이소는 즉시 잉어를 잡기 위해 강으로 나갔다. 그러나 강가에 채 당도하기도 전에 길 옆 개천에 잉어 한마리가 퍼득거리고 있었다. 한 자가 넘는 잉어였다.
이소는 잉어를 가지고 의원에게 가져가 몸에 해롭지 않냐 하고 자세한 경위를 말했더니 의원은 “잉어를 구할때나, 산삼을 구할 때나 하늘이 이소의 효행을 알고 은혜를 배풀어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섣달이 되었다. 어머니는 독한 감기에 걸려 몸져 누웠다.
어머니는 앵두가 먹고 싶다고 찾았다. 엄동설한에 앵두를 구할 수 없어 그는 앵두나무를 방 안에 옮겨 심고 기다렸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앵두가 예쁘게 익었다. 앵두를 보러온 의원은 다름아닌 임금님의 어의 김병식이였다. 어의는 이 효행을 임금님에게 말하였고 임금은 “이는 훌룡한 효자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라며 이소에게 예조판서의 벼슬과 많은 상금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