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4]

▲선아름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서석)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서울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사무실이 법원에서 먼 곳에 있어서 간판만 보고 손님이 들어온 적은 없었는데 어느 날 부부가 사무실 문을 불쑥 열고 들어오셨다.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을 여섯 곳 다녔는데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여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다고. 법이라는 것이 매우 방대하면서도 각 분야로 들어가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제정되어 있어서 매 사건마다 조사해야 할 법령, 판례 및 절차가 많다. 그래서 법률전문가이지만 낯선 분야에 대해서는 선뜻 맡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찬찬히 들어보니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여성분께서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가 두 개였는데 이 중 하나를 말소하고 싶으셨던 거다. 이 분을 계기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사건을 처음 맡게 되었고 그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더니 이따금 이중호적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온다. 지난주에는 춘천에 계신 분께 이중호적 문의 전화를 받았는데 홍천에도 비슷한 어려움 겪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이중호적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호적 정정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호적부가 폐지되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오기를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결정문이 필요하다. 즉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고 그 결정문을 가져가야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준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 의뢰인(이하 ‘갑’이라고 함)은 젊었을 때 한 남성과 혼인을 했는데 가정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고 현재의 남편과 재혼을 하였다. 그런데 갑은 전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한 것은 아니어서 현재 남편과 혼인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에 갑과 현재의 남편은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자녀를 낳았는데 법률혼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에 갑의 아버지는 ‘을’이란 이름을 갑 바로 아래 여동생으로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여 허무인(현실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외관상 존재하는 것으로 꾸며진 사람) ‘을’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생성하였다.

 갑은 을의 가족관계등록부로 현재의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들을 출생신고 하는 등 허위로 부여 받은 ‘을’의 신분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왔다. (이렇듯 허무인에 대해 허위의 출생신고를 한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허위 출생신고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과거에는 주민등록 관리 체계가 허술하여 가능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의뢰인은 원래의 가족관계등록부 ‘갑’과 나중에 생성한 가족관계등록부 ‘을’을 이중으로 가지게 되었고, ‘을’은 자신의 아버지의 딸(즉, 자신의 동생)로 등재되었기 때문에 친아버지는 원래의 자녀보다 딸이 한 명이 더 늘어난 셈이 되었다(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많은 세월이 지나 의뢰인의 아버지가 사망하여 의뢰인 및 형제들이 상속을 받아야 하는데 가족관계등록부에 의뢰인의 예전 가족관계등록부 ‘갑’과 새로 만든 가족관계등록부 ‘을’ 두 개가 등록되어 있어서 상속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법령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동 법 제104조(위법한 가족관계 등록기록의 정정) 제1항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동법 제105조(무효인 행위의 가족관계등록기록의 정정) 제1항은 「신고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에 관하여 등록부에 기록하였으나 그 행위가 무효임이 명백한 때에는 신고인 또는 신고사건의 본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중호적의 경우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허무인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위 각 조항에 따라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무효임이 명백한 때’에 해당하여 사건본인의 등록기준지 관할 가정법원에 ‘등록부정정 신청의 소’를 제기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재판은 신청 사건이기 때문에 기일이 열리지 않고 서류를 몇 차례 제출하면 재판 결과가 나온다. 위 사례의 경우에도 한 두 달 만에 허무인 ‘을’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라는 내용이 담긴 재판서를 받을 수 있었다. 

결정문을 받고 나서 1개월 이내에 그 등본을 첨부하여 가까운 구(군)청에 신청하면 가족관계등록부가 정정된다. 이 사건은 짧은 시간 안에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뒤로 몇 차례 맡았었던 다른 이중호적 사건들은 해결하는데 난관이 있었다. 이중호적의 부모가 서로 같으면 위 사례처럼 쉽게 해결이 되지만, 이중호적의 부모가 서로 다를 경우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과 같은 가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여야만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다. 이중 가족관계등록부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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