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는 인간 생활의 편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편을 찾아 개선하는 것을 과학이라고도 한다. AI라고 불리는 4차 혁명의 인공지능 시대를 맞고 있다.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실시간으로 인간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변화는 바람직한 순기능도 있으나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오래된 것보다 새것을 좋아한다. 기존의 것은 오래 사용하여 노후 되고 불편하며 새로운 것은 보기 좋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오래된 것은 온갖 풍상을 겪으며 시간을 이겨낸 결과물이다. 

홍천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고장이다. 따라서 조상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물론 경주나 부여 등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나 신석기 유물부터 시작해 근현대사를 포함하는 상징적인 것들이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홍천성당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요즘은 고층빌딩이나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70~80년대만 해도 우뚝 솟은 성당의 종탑이 유일했다. 홍천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천주교 신자는 물론 일반 지역주민들도 즐겨 찾았던 곳이다. 천주교인은 예배를 위해 찾았고 일반 홍천주민들은 휴식과 놀이를 위해 찾았다. 

홍천성당은 높은 첨탑과 함께 돌계단이 있다. 홍천 사람이라면 천주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성당의 첨탑을 쳐다보거나 돌계단을 걸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요즘 홍천성당의 돌계단을 철거할 움직임이 있어 일부 신자들과 일반 주민들이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홍천성당에서는 오래된 돌계단을 철거하고 보기 좋고 오르내리기 쉬운 새로운 계단으로 정비를 하고 싶을 것이다. 홍천성당에서는 2023년 100주년을 맞아 신자들과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 보수공사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홍천성당은 조형적 특성이 뛰어나 국가등록문화재 제162호로 지정받은 건축물이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다. 소유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서 건축물을 자신이 뜻하는 대로 변형하거나 보수하는 것은 재산권의 행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은 소유권을 가진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공공형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홍천성당은 1920년대에 목조 건축물로 지어졌으나 6.25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 1955년 지금의 성당 모습으로 건축되었다. 농경시대에 축조된 건축물인 만큼 현재의 입장에서는 디자인이 심플하지 못하고 기능성 면에서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

지금은 청소년이나 어르신들의 놀이 공간이 많이 늘어났으나 예전에는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어린 시절 동심의 놀이터였고 청춘남녀들이 사랑의 싹을 틔운 공간이기도 하다. 돌계단을 함께 오르내리며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키웠다. 홍천인들의 추억이 가득한 그 돌계단이 사라질 처지에 있다고 하니 아쉬움이 생긴다. 

낡고 노후 되어 기능이 떨어지거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건축물이나 계단은 마땅히 보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나 상징성이 있는 것은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보수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과거와 달리 토목이나 건축 기술이 발달해 기존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도 보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홍천을 상징하는 성당이 원래의 모습으로 잘 보존되길 바란다. 디지털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홍천의 청소년들에게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추억이 되는 홍천성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홍천군민들에게 충만한 사랑을 주었고 앞으로도 더 큰 사랑을 줄 홍천성당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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