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구선왕도고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보자면 연자육은 연꽃의 열매를 말한다. 연자육은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이 상했을 때 마음을 편하게 하며 비위를 보하는 기능이 있다. 연자육이 들어간 처방으로는 청심연자음 등이 있다.

산약은 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병 또는 노화로 인해 위장이 약해졌을 때 좋다. 그리고 의이인은 율무를 말하며 비위를 건실하게 하고 습을 없애주는 성질이 있어 몸이 붓거나 다이어트에 쓰인다.

백편두는 흰색 까치콩을 말하며 예로부터 비위장을 잘 조화시키고 습을 없애며 설사를 멈추는 효능이 있다. 검인은 가시연꽃의 씨를 말하며 연자육과 비슷한 효능으로 비위를 보한다. 맥아는 보리를 싹을 틔워 햇볕에 말린 것으로 엿기름 이라고 보면 된다. 맥아는 소화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돕는다. 

시상은 곶감 표면의 흰 가루로 심장과 폐의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요즘에는 구하기 쉽지 않은 재료이다. 따라서 곶감으로 시상을 대신한다. 사당은 설탕을 의미하며 옛날에는 역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재료이고 영양이 부족했던 시절에 약재로 사용하였다.

사당을 제외한 위의 재료를 찌거나 볶아서 말린 다음 가루 내어 미숫가루처럼 음용하면 맛도 좋으며 쌀가루를 섞어서 죽을 쑤거나 떡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약성을 종합해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비위 기능을 회복하고 습을 없애며 설사 및 부종 그리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청나라 황궁에 '청궁팔선고' 라는 떡이 있는데 인삼, 복령, 산약, 연자육, 의이인 등으로 이루어져 비위장의 기능을 크게 보충하고 신장을 보강하며 정신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습기를 없애준다. 워낙 떡을 즐긴 건륭황제는 자신의 몸에 맞도록 몇 가지 약재를 변경해서 만들어 ‘건륭팔진고(乾隆八珍糕)’라고 이름을 붙였다. 

특히 인삼과 백출은 중초와 비위의 기능을 더욱 강화시킨다. 인삼, 백복령, 백출, 산약, 율무, 검인, 변두콩, 연자육, 찹쌀, 사탕가루를 부드럽게 가루낸 후에 쌀가루와 같이 쪄서 떡을 만들어 매일 4개에서 6개를 먹으면 비위와 장을 건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신장의 기를 굳건하게 지키는 효과가 있다.

89세로 중국 황제 역사상 가장 장수했던 청나라 건륭제는 운동과 약술, 약떡을 양생법으로 삼았다. 활쏘기, 사냥, 기마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했고 약주로 피를 잘 통하게 하며, 위를 따뜻하게 했다. 약주는 황제의 기를 보양했고 양기를 길러주었다. 

건륭제가 즐겨 마신 약주가 송령태평춘주(宋齡太平春酒)로서 숙지황, 구기자, 용안육, 당귀, 홍화, 복령, 진피 송인 등을 합방하여 만든 술이다. 건륭제는 술을 즐겨했지만 중국에서 가장 장수한 황제에 속하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으며 그의 말년에 건륭팔진고를 매일 빠지지 않고 먹었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청나라의 서태후는 여러 명의 황제를 갈아치울 정도로 권력을 누렸지만 늘 정적에 둘러 쌓여 독살 위험 등의 스트레스로 비위장이 약해져 말년에 고생이 심했다고 전해진다. 서태후가 약해진 비위장의 치료로 늘 곁에 두고 먹었던 것이 청궁팔선고이다. 그녀는 청궁팔선고의 효능으로 비위장을 치료하게 되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자주 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장(脾臟)을 동양에서는 간의지관(諫議之官)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옛관직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군주지관(君主之官)으로서의 심장을 보좌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기관이라는 의미이다. 즉 비장은 심장의 신하에 해당한다는 의미로써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게 되면 심장이 부하가 걸리게 되고 따라서 심장을 보좌하는 비장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이론으로 심장과 비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비위기능이 떨어지고 소화를 못하게 되고 식욕이 떨어지는 원리를 간의지관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트레스성으로 인한 비위기능의 실조에 가장 좋은 처방이 구선왕도고라 생각이 된다. 즉 심장과 비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처방인 셈이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떡이나 미숫가루를 만들어 곁에 두고 가까이 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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