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요즘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집콕하며 하루를 보낸다. 도서관이나 노인정 극장 체육시설 등의 대부분이 휴관 아니면 부분개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임 자체를 삼가기 때문이다. 집콕하다 보면 할 일이란 게 별로 없다.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TV 시청이 고작이다. 그러다 갑갑하면 뜰 앞을 걷는 정도다. 물론 이런 생활은 오직 필자의 주관적인 생활의 단면이다.

얼마 전 일이다. 모 TV에서 방송한 프로그램 중 깜짝 프로가 방영됐다. 미국 방송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생중계했던 장면을 다시 우리나라에서 재생한 것이다. TV 앵커가 생방송을 진행 중인데 그 앵커의 대여섯 살쯤 된 딸이 아버지가 한창 방송을 하고 있는 그 방으로 뛰어 들어와 신나게 깡충깡충 춤을 추고 사뿐사뿐 경쾌하게 뛰어다녔다. 

이 모습이 생방송으로 나가자 방송하던 아버지는 갑작스런 딸의 침입에 아연실색하며 당황해서 한손엔 마이크를 잡고 또 다른 손으로는 딸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아버지와 딸과의 만남이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찰나였다. 시청자들은 천진난만한 어린 꼬마의 재롱 섞인 모습에 환호했고 방송은 그대로 진행됐으며 딸아이는 아버지가 반겨줄 줄 알았는데 나가라는 손짓이 어색한지 깡충거리던 재롱을 멈추고 방송실을 나갔다.  

단 몇 분 간의 일이었지만 방송국에서는 엄청난 방송사고였다. 허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버지와 어린 딸이 방송에 같이 출연한 셈이 된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필자도 같았다)은 자연스러운 부녀의 출연에 방송사고는커녕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재롱을 떠는 어린 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그 방송 프로그램은 당일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인기순위에 맨 첫 번째로 올랐다. 

그런가 하면 요 며칠 전 국내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 라면형제 화재사건으로 10살짜리 형과 8살짜리 동생이 엄마가 일 나간 사이 형제가 라면을 끓여먹다 화재가 난 사건이었다. 불이 나자 다급한 형은 동생의 안전을 위해 이불로 방화막까지 쳐가면서 불을 끄려 했으나 불은 더 확산됐다. 10살짜리 형은 119에 전화를 걸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아직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있고 안타깝게도 동생은 깨어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방송에서는 이들 형제가 평소 단골로 다니던 편의점에서 라면과 과자 음료수를 사가는 장면을 녹화영상으로 방영했는데 이들 형제가 손을 잡고 좋아서 깡충깡충 뛰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형의 의식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며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인재사고가 일어나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두운 곳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겠다.  

영상으로 또 기억에 남는 것은 50여 년 전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서거하고 그 장례식 때 국화꽃으로 장식한 영구차가 청와대 관저를 떠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영구차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애잔했다. 수년전에는 서해바다를 지키다 장렬하게 전사한 해군용사들의 장례를 치를 때 애국가와 해군가를 부르던 합창단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가 하면 홍천 출신 역도선수 사재혁 선수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 반주에 맞춰 국기가 게양될 때 가슴 뿌듯하던 그 모습 또한 잊을 수가 없다. 

TV 화면은 하나의 영상일 뿐이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전파를 타면 세계의 그 어느 곳이나 국내의 방방곡곡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기계문명의 한 장비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과 감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슬픈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좋은 것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늘도 희노애락에 있어 TV 화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많이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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