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211-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악용해 공직자에게 금품을 준 뒤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든다면 여러분은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강원도 춘천과 부산 사하구에서 벌어진 청탁금지법 위반 형사사건을 소개합니다. 선의의 공직자들이 악질·저질 사례에 휘말리지 않도록 매사에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빠 친구에 공갈치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고위직 공무원에게 선물을 준 뒤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은 50대 여성에게 공갈협박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춘천지법은 공갈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피해자(배상신청인)에게서 빼앗은 5천만 원을 되돌려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A씨는 숨진 오빠의 임용 동기인 고위직 공무원 B씨에게 접근해 금품을 주고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협박해 5천만 원을 뜯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0월 B씨에게 13년 만에 연락해 춘천 집으로 부른 뒤 자기 아들이 학교폭력 피해자라며 검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자신이 만든 팔찌 2개와 목걸이 1개, 와인 등을 선물로 건넸습니다.

A씨는 이후 피해자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해 파면 등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로 마음먹고 2017년 11월 “청와대 민정수석과 통화하겠다. 그간 주고받은 카톡 문자 대화녹음으로 증거는 충분하다”며 은행 계좌로 3천5백만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A씨는 이어 2017년 12월 피해자를 찾아가 “부패한 공직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당장 민정수석실에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려 감옥에 보내겠다. 이전에 받은 3천5백만 원으로 부족하고 사망한 오빠의 이장비가 필요하니 1천5백만 원을 더 달라”고 협박해 다시 1천5백만 원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수단과 방법에 비춰볼 때 죄질과 범행이 상당히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갈취한 5천만 원을 변제하지 않고 피해자에게서 용서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과태료와 형사처벌 차이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자로부터 1백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으면 최대 5배까지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백만 원이 넘으면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 되고요. 이를 악용한 사례를 볼까요.

토지측량을 한 민원인으로부터 돈봉투를 건네받은 부산의 공기업 간부인 A씨가 부산 사하경찰서에 돈봉투 습득 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A씨는 어느 날 공기업 사무실을 찾아온 여성 민원인 B씨와 업무를 상담했습니다. B씨가 돌아간 뒤 A씨는 테이블 밑에서 수상한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1백만 원짜리 수표 1장과 현금 2천 원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봉투를 두고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B씨는 “그러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뗐습니다. 이에 A씨는 돈 봉투를 들고 가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1백만 원짜리 수표번호를 조회해 주인이 B씨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B씨가 왜 돈 봉투를 두고 갔는지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경찰은 공공기관 직원이 1백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을 받는 청탁금지법 규정을 노려 악의적으로 돈 봉투를 두고 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돈봉투를 즉시 신고한 공직자 A씨는 청탁금지법 절차에 따라 수사당국에 신고했으므로 처벌대상이 아닙니다. 용기 있는 참공직자라고 칭찬할 만합니다. 돈 봉투를 놔두고 간 B씨는 1백만 원에다가 추가로 2천원을 더 놓고 간 배경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사건은 공직자들의 윤리교과서법으로도 불리는 청탁금지법보다 무거운 뇌물죄로 사건 처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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