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오더니 오후부터는 함박눈이 내린다. 조석으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지만 절기로 보아 입춘이 지났고 며칠 있으면 우수 경칩이니 봄이 머지않았다. 일 년의 절기는 사계절로 나뉜다. 물론 봄부터 시작된다. 올해도 춘분과 청명을 지나면 봄이 가고 여름이 돌아온다. 곡우가 4월20일경이니 그 다음은 입하로 여름이 시작된다.

요즘은 겨울의 끄트머리이며 봄의 초입새인 경계점의 계절이다. 가을비는 한번 오고 나면 겨울이 다가오고 겨울비는 한번 오면 봄이 한 발짝 다가온다고 한다. 겨울비 치고는 제법 꽤 많은 비가 온다. 이 비가 끝나면 나뭇가지엔 새 잎이 트고 꽃망울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 저마다 분주할 것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봄기운에 휩싸여 크게 한번 기지개를 켜고는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은 어떠한가. 2020년 초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에 꼬박 1년을 고생하고 올해 초 역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의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자유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현상인데 코로나 때문에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문화예술은 또 그들대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모든 행사들이 자유롭지 못한 세상을 우리는 겪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모임이다.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5명은 안 된다. 일부 직종을 빼고는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고 그 이후는 제약을 받는다. 종교행사도 문화행사도 그렇다.

비대면이란 용어가 등장해 실시되고 있으며 학교도 그렇고 각종 행사모임이나 친목단체 모임도 제약을 받는다. 공공단체의 연말결산 총회도 이미 대부분 서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어찌하랴. 더 많은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방법에는 이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일상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서 있었던 최고의 전염병은 18세기경 페스트 전염병이다. 이 전염병에 걸리면 사람들이 검게 변하면서 사망하게 돼 흑사병이라고도 했다. 특히 유럽에서 많이 번져 수백만 명이 죽었다. 그 다음 천연두(종두병)라고 해서 전 세계로 번졌다. 천연두는 온몸에 붉은 수막이 생기면서 고열과 살갗이 파괴되면서 서서히 사망하는 병이다. 우리나라는 조선말기 때 전국으로 번졌다.

다행히 우두란 백신이 개발돼 병을 예방했다. 여기엔 세계 최초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농(병든 소의 피고름)에서 채취한 무균으로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전 인류를 천연두로부터 구했다. 우리나라엔 구한말 지석영이 최초로 일본에서 종두 백신을 배워와 자신의 가족에게 임상 후 실시됐다.

그리고 또한 결핵(폐병)이 만연돼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결핵은 전염성이 강해 백신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역시 많은 사람들에 전염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그 무렵 페니실린이 발견돼 많은 인명을 구했다. 그 후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장질부사(염병)가 크게 유행했다. 전란 속에 국내에 특별한 약이 없어 역시 수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되기도 했다.

오후까지 오던 비가 함박눈으로 변하면서 밤새 내렸다. 이튿날 눈과 비는 그치고 밝은 태양이 활짝 웃으며 창문 앞으로 다가왔다. 참새와 콩새 느릅지기 새들이 모이를 찾아 눈 위를 날고 들고양이들도 덩달아 뛰어다닌다. 눈과 빗물을 한껏 머금은 나뭇가지들은 오늘따라 더욱 싱싱해 보인다. 봄이 머지않은가 보다.

집콕 방콕하면서 집에만 있던 사람들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신축년의 새봄을 활짝 맞이해야 하겠다. 어렵고 고통스럽고 우울한 모든 것들도 시간이 가면 봄눈 녹듯 해소가 된다. 이 세상의 이치가 사람들을 고생만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봄눈과 봄비가 그쳤다. 유난히 밝은 햇볕이 창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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