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명나라 3대 영락황제(1360~1424)는 태의원에 얼굴을 젊어지게 하는 약을 짓도록 명하였는데 태의원에서는 경옥고(瓊玉膏)에 구기자, 맥문동, 천문동을 가미한 처방을 황제에 진상하였다고 한다. 영락황제는 효과를 보았고 이를 치하하여 익수영정(益壽永貞)이라는 이름까지 하사하였다고 한다. 후대에 경옥고의 가미방으로 익수영진고라는 명칭으로 전해진다.

익수영진고
생지황즙 9,600g, 백복령가루 1,900g, 인삼가루 960g, 천문동, 맥문동, 구기자 각 600g, 백밀 6,000g [방약합편(方藥合編)] 

청나라 황실에서는 경옥고를 가장 우수한 연년익수고방[延年益壽膏方-나이가 오래도록 장수하는 고방]으로 삼았다고 하고 청나라 5대 황제 옹정제는 경옥고를 상복하였다고 한다. 조선왕실에서도 경옥고는 대표적인 보약이었다. 기록으로 보면 경옥고는 조선왕조실록에 9번 승정원일기에 358번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조선왕실에서 애용했던 보약이다.

83세까지 장수한 영조의 건강비법으로 경옥고를 즐겨 상복하였고 경옥고에 얽힌 정조의 일화도 있다.  정조가 신하들에게 어머니 혜경궁이 경옥고를 먹고 큰 효험을 봤다고 말하자 신하들은 “경옥고는 오히려 왕이 드시면 진실로 좋을 것”이라며 경옥고 복용을 강력하게 권한다. 하지만 정조는 “이렇게 좋은 약을 내가 어찌 외람되이 먹을 수 있겠는가”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정조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경옥고에는 생지황, 인삼, 백복령, 백밀(꿀) 이 네 가지 약재가 들어가는데 생지황(生地黃)은 혈액이나 골수 등의 진액 생성에 필요한 원료를 대주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인삼은 보기약(補氣藥)의 대표 약재로서 원기를 보해 주고 비장과 폐장을 튼튼하게 하여 허약해진 폐의 기운을 북돋아주며 소화기의 기능을 향상시켜준다. 그리고 진액을 생성하여 갈증을 멈추게 하고 정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백복령(白茯笭)은 소나무의 뿌리에서 자라나는 것으로 소나무의 맑은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약재이다. 이수(利水)작용으로 몸속의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설하고 담음을 제거하여 심신(心身) 안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돋우며 단맛으로 중초를 보한다. 또한 아픈 것을 멎게 하고 독을 풀어주며 온갖 약을 조화시킨다. 이런 약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오랜 시간 숙성·되면 훨씬 뛰어난 약효를 지니게 된다. 

동의보감에는 경옥고 만드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먼저 생지황 즙 16근, 인삼을 곱게 가루 낸 것 24냥, 곱게 간 백복령 가루 48냥 그리고 백밀(꿀) 10근.  이 네 가지 약재를 섞어 사기 항아리에 넣고 기름종이로 다섯 겹, 두꺼운 베로 다시 한 겹 하여 입구를 단단히 싸서 봉한다. 이것을 구리솥 안에 넣고 뽕나무장작으로 3일간 주야로 불을 땐다. 구리 가마는 열전도율이 높은데다 열이 골고루 잘 퍼져 항아리 내부의 약물이 동일한 조건에서 숙성되게 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뽕나무를 때는 까닭은 다른 나무에 비해서 불이 오래 가기 때문이란다. 

3일 후에 항아리를 꺼내 다시 밀랍을 먹인 종이로 입구를 단단히 싸서 봉한다. 이것을 우물 속에 주야로 하루 동안 담가두었다가 꺼내 다시 먼저 끓이던 물에 넣고 주야로 하루 동안 달여 물기를 졸인 다음 꺼낸다. 요약하면 경옥고는 3일간 중탕한 후 하루 동안의 냉탕을 거쳐 마지막 하루 다시 중탕하여 5일 만에 완성된다. 

그럼 경옥고를 내손으로 집에서 쉽게  만들어 보자. 첫 번째 생지황을 구해 휴롬이나 녹즙기로 지황즙을 만든다. 요즘은 지황재배를 많이 하므로 생지황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인삼 및 복령가루, 꿀 역시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재료: 지황즙 500g, 인삼가루 50g, 복령가루 100g, 꿀 300 g
지황즙에 인삼가루 복령가루 꿀을 넣고 골고루 잘 저어준 다음 3일정도 중탕을 하면 훌륭한 경옥고가 탄생한다. 중탕은 슬로우쿠커나 전기곰솥을 활용 그 속에 작은 옹기를 넣어 옛날 방식으로 중탕이 가능하고 오쿠를 활용하는 방법도 훌륭하다. 전기밥솥의 보온기능으로도 가능한데 이는 최소 7일 이상 보온숙성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