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인류의 생활양식도 예전과 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의 개막이다. 지난 일 년 정도의 변화는 작은 정부, 시장경제, 자율과 개인 책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인류의 생활양식도 예전과 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들은 코로나19의 비상상황이 공공의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다. 공공의료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과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를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대비 5%대(병상 9%대)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진료했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부터 최근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상당수를 즉각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여 2300여 명이 넘는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어 자택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었고, 대구시내에는 상급종합병원이 5개, 병상 수는 4만개에 이르지만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없었다. 그래도 지역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역 봉쇄조치까지 가는 상황에서 대구시의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대구의료원이라는 442개 병상의 공공병원이 있었고 개원 전 비어있던 1000개 병상의 동산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확진자 수가 연일 1000여 명이 넘나들던 12월에는 한 환자가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공공병원이 포화상태에서 민간병원을 감염병 대응체계로 전환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 홍천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도에서 지정해 주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데 주로 원주나 춘천으로 이동하게 된다. 홍천의 경우 공공병원이 부재하여 만약 중증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강원도 지정병원의 포화상태를 가정하면 타도의 협조를 받아야 되는데, 여러 가지 사유로 병상배정이 늦어지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또 다른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이러한 낮은 출산율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몇 십 년이나 1백년 쯤 후에는 국가존립의 위기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까닭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출산율을 올리려 백방의 노력과 묘안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홍천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홍천 또한 인구 7만 명이 무너진 상태로 이 추이는 머지않은 장래에 6만, 5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참으로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홍천군도 출산장려정책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인구 증가의 첫 단계인 분만을 할 수 있는 분만병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홍천지역의 산부인과는 임산부 검사나 진료만 할 뿐 분만을 하지 않아 임산부들이 분만시기가 되면 타 지역의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후관계에 있어 대단한 모순에 놓인 것이라 할 만 하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진 환경이 낯간지럽기까지 하다. 공공병원은 이러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공공병원의 역할은 응급상황의 대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2월 홍천에서 심근경색 증상으로 응급상태에서 원주기독교병원으로 엠블런스를 이용해 이송 중 골든타임을 놓쳐 이송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홍천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춘천이나 원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이 빨라야 30분 이상 이송시간이 소요되어 매우 위험한 경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렇듯 공공의료가 부족한 인구 7만의 홍천지역은 필수의료서비스공급(급성심근경색, 뇌혈관질환, 응급진료)의 취약함에 노출되어 있다. 공공병원이 있다면 주민 복리증진에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언하면 공공의료가 활성화되어 국민 누구나 어느 지역에 살든지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분만 등 필수의료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해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되어야 오히려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와 산업발달, 환경오염으로 감염병의 또 다른 유행이 잦아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공공의료 자원으로는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었으며, 효과적인 전염병 대처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 취약지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의 병상이나 의료인력 등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의 체계적이고 조속한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공공병원을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설립하려할 때 통과 의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지게 되는데 아마도 홍천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기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고가의 시설, 의료장비 및 인력에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고 현재의 지방의료원이 그렇듯이 만성적자에 시달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 시설 및 장비의 효율적인 활용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유연한 인력배치 등 공공병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지금인 것 같다.

각 지역에 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하여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응급, 출산 등) 이용과 감염병과 같은 재난에도 안정적으로 진료하여 지역주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박대명 (참여자치홍천시민연대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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