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경옥고(瓊玉膏)의 ‘경(瓊)’은 ‘아름답다’ ‘붉다’의 뜻이며 옥(玉)은 구슬을 고(膏)는 장기간 고아서 끈적해진 약을 뜻한다. 직역을 하면 아름다운 구슬처럼 소중한 생명의 진액’이란 의미가 된다. 경옥고(瓊玉膏)는 중국 남송시대에 홍준(洪遵)의 저서 《홍씨집험방》 에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홍씨집험방에는 경옥고를 ‘신철옹방(申鐵甕方)’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철옹(申鐵瓮)이라는 사람이 생지황즙에 인삼 복령 꿀 등으로 만든 경옥고가  건해(乾咳) 즉 마른기침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알고 자신의 책에 수록해 놓은 것이다. 
*신철옹방 경옥고
생지황즙16근, 고려인삼 24냥, 복령 49냥, 백밀(꿀) 10근

경옥고는 원래 폐(肺)의 진액(津液)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마른기침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처방이었다. 폐는 건조한 것을 싫어하는데 화열(火와 熱)로 인해 폐에 진액이 부족해졌을 때 마른기침을 하게 된다. 이때 진액을 보충해주면 마른기침이 멎게 된다. 폐가 과열된 심장의 열을 꺼주는 냉각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옥고의 약효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후대의 의서와 의학자들에 의해 자주 언급되었다. 금원시대의 유명한 금원사대가 중의 한명인 단계(丹溪) 주진형의 단계심법에 경옥고에 대한 언급이 있다. “경옥고는 지황을 君으로 삼았다. 水가 성하면 火는 자연적으로 약해진다.”(참고 - 경옥고의 군약은 지황이다. 지황은 신장을 보하고 진액(精)을 만들므로 水가 강해진다. 오행으로 볼 때  신장은 水이며 심장은 火가된다. 오행의 상생상극으로 보면 水가 火를 극하므로 “수극화”가 되어 화의 열을 꺼주게 되니  냉각수인 폐의 노고를 덜어주는 셈인 것이다.) 

경옥고는 정(精)의 생산 공장으로 신장을 돕게 되며 그 결과는 폐가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신철옹방에 언급된 경옥고는 마른기침에서 출발하였지만 단계 선생은 경옥고에서 음(陰)을 보하고 정(精)을 보충하는 기능을 주시하게 된 것이다. 단계 선생은 그의 글 양유여음부족론[陽有餘陰不足論]에서 음은 항상 부족하고 양은 항상 남는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정(精)은 만들기는 어렵고 흩어지기는 쉬워 항상 정(精)이 부족하여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참고: 精은 음이며 氣는 양으로 이해한다).

동의보감에서 우리 몸은 정기신(精氣神)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정(精)은 몸의 물질적 토대가 되며 기(氣)는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 신(神)은 정신적인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좀 더 알기 쉽게 컴퓨터로 비교해 본다면 정(精)은 컴퓨터의 본체(하드웨어), 기(氣)는 전기, 신(神)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중에 정(精)은 실질적인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의 바탕이 된다. 정(精)에는 땀, 침, 눈물 등의 진액과 수(髓-골수, 뇌수) 등을 포함하며 생명의 원천인 정액과 호르몬 그리고 정이 단단하게 뭉쳐진 뼈나 머리카락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물질들은 우리 몸을 살아있게 하는 기본이 되는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精)이 줄어든다는 것은 진액, 골수, 호르몬, 효소 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노화를 의미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침 속의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 함량이 20대에 비해 3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콜라겐은 20대 이후에 매년 1%씩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소화력이 떨어지고  피부는 탄력을 잃고 쭈글쭈글해진다. 경옥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드는 정을 보충하고 노화를 예방하는데 그 방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원시대 이후 경옥고의 위상은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치면서 높아졌다.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아들인 주권(朱權)이 편찬한 구선활인심방에 경옥고가 수록되었으며 경옥고에 침향과 호박을 가미하여 강폐영심(降肺寧心)과 기(氣)의 승강작용에 효과적인 경옥고를 만들어 후대에 구선경옥고라 칭하였다.
*구선경옥고 
생지황 5000g, 고려인삼 360g, 백복령 500g, 호박15g, 침향15g, 백밀25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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