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다. 그것도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한 흰 소의 해라고 한다. 소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살아서는 인간의 힘든 일을 돕는 역할을 하고 죽어서는 고기로 양질의 영양소를 제공해 주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새해 벽두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홍천 겨리소리가 강원도무형문화재로 공식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겨리소리는 농가에서 봄철에 소를 이용해 밭을 갈 때 소를 모는 농부가 소와 소통하기 위해 노랫가락으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겨리소리를 강원도무형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애써온 ‘홍천겨리소리전승보존회’의 헌신적인 노력에 찬사와 감사를 드린다.

요즘 농촌에서 논이나 밭을 경작할 때는 트랙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트랙터가 등장하기 전에는 경운기를 이용해 밭을 갈았다. 경운기라는 기계가 등장하기 전에는 소를 이용해 밭에 고랑을 내고 논에 써래질을 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곳곳에서는 특히 농경지의 경사가 급한 홍천에서는 소를 이용해 논밭을 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밭이나 논의 형태 그리고 작업량에 따라 한 마리의 소가 흙을 갈아엎는 쟁기를 끄는 경우가 있고 두 마리의 소가 쟁기를 끄는 방법이 있다. 쟁기를 ‘겨리’라 하고 이 쟁기를 끄는 소를 ‘겨릿소’라 말한다. 농촌에서는 5~6가구가 소규모로 집단을 이뤄 겨릿소를 키웠고 이 겨릿소를 통해 품앗이로 논밭을 갈며 농사를 지었다. 

소라고 해서 모든 소가 겨릿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힘이 좋은 소라야 한다. 또한 아무리 힘이 좋은 소들이 쟁기를 끌며 논이나 밭을 간다고 해도 소를 모는 농부가 소를 다루는 기술이 신통치 않으면 논밭을 제대로 갈 수가 없다. 얼마나 잘 숙련된 농부가 구성진 목소리로 겨리소리를 하며 소를 부리느냐가 일의 능률을 좌우한다. 

소를 모는 농부는 소머리에 연결된 고삐를 이용해 소를 교묘하게 통제하며 좌우 회전을 한다거나 직진이나 멈춤 등을 하는 기술을 발휘한다. 소의 통제 수단으로 고삐와 회초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농부의 구성진 소리를 통해 소와 교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교감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겨리소리’다.

소가 앞에서 쟁기를 끌어주기 때문에 농부는 쉬울 것 같지만 정작 쟁기를 운영해야 하는 농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돌이나 바위 등이 있는 밭에서 일할 때는 운전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소도 힘들고 농부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땀을 흘려야 한다. 이때 노랫가락과 같은 소리를 하며 소를 몰면 소도 말을 잘 듣고 농부도 흥이 난다. 

올해는 12간지 중 소의 해다. 소는 다른 동물들처럼 약삭빠르지 않고 우직스럽다.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인간과 함께 하는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오늘날 부의 척도는 주로 현금이나 주식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소가 부의 척도였다. 집에 소가 몇 마리 있느냐가 부자냐 아니냐를 좌우하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삶은 급속하게 기계화되었고 그만큼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인간의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욕심은 4차 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시대까지 와있다. 기계문명이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겠으나 옛 문화를 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고 온고지신의 새로운 발전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수준 못지않게 문화의 수준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영화나 음반이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위를 높인다. 국가는 물론 도시마다 문화 콘텐츠를 찾고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우리 고장의 겨리소리라는 조상들의 문화를 전승하고 강원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받기 위해 애써준 ‘홍천겨리소리전승보존회’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소를 이용한 농사는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도 영농방법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따라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먼저 유네스코에 등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먼저 등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홍천겨리소리가 강원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문화가 되길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