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읍을 관통하는 서울-속초방면의 도로 한가운데인 중앙분리대를 이용해 조형물이 설치됐다. 미술적인 감각은 둔하나 도시미관의 디자인을 위해 몹시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 만든 조형물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예측도 어렵지 않다. 홍천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기 위해 애쓴 관계자분들의 노고가 읽힌다. 

조형물이 설치된 홍천 버스터미널 앞 로터리에서 동면으로 향하는 화양교 부근 로터리를 잇는 시내 도로는 44번 국도의 외곽도로가 설치 운영되면서 예전과 같이 혼잡하지는 않게 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교통량이 집중되는 도로다. 홍천 시내 중에서도 동맥과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는 중추적인 도로이자 강변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도로다.

현재 양방향으로 2차선씩 4차선의 도로형태다. 이 도로가 개설될 때보다 교통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가뜩이나 1차선은 상가와 우체국, 읍사무소 등의 주변으로 얌체 차량의 주정차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2차선이 1차선의 기능으로 변해 교통체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교통량을 생각하면 한 개 차선을 더 증설해야 원활한 교통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렇게 좁은 도로의 한 가운데에 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도시미관이라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크다고 생각한다. 문화콘텐츠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용성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도로 가운데 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 경우도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도로 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의 형태는 동물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호랑이, 말, 개, 사슴 등이다. 실제의 생긴 모습을 그대로 만든 것도 있고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다. 동물 이외에도 조경수와 일반 조형물도 설치됐다. 이러한 작품들이 꼭 도로의 한 가운데에 설치되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홍천은 넓다. 설치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한번 설치하면 예산문제 등으로 반영구적으로 전시될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었을 것은 너무나 뻔하다. 실내·외에 전시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할 때에는 설치하는 기관이나 주체에서 어떤 상징이나 이미지를 갖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설치된 조형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설치된 조형물들은 우리 고장과 큰 관련이 있는 조형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지자체의 관련 부서 몇 사람이 결정해서 설치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전문가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모여 수차례의 협의 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아 제작된 조형물을 설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의미도 부여했겠으나 이해가 쉽지 않다.

고난도의 형이상학적인 조형물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보고 느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조형물이 바람직하다. 필자의 짧은 생각에는 기왕에 설치하려면 우리 고장을 상징하는 특산품을 형상화해 설치하거나 홍천의 역사와 문화 등과 관련된 조형물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같은 조형물을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예산문제가 수반되겠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형물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교체할 때는 군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조형물이 전시되길 기대한다. 성별, 연령층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좁은 도로에 비해 인도가 지나치게 넓은 곳이 있다. 사람의 보행이 많지 않은데 필요 이상으로 인도가 넓어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못한 규정은 주민 편의라는 차원에서 신속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도로 중앙분리대의 조형물이 군민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도로는 도로의 기능이 우선이다. 조형물 설치는 홍천군민의 의견을 모아 최대 공약수를 결집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단순히 보기 좋다가 아닌 무엇인가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도시 디자인으로 꾸며지길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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