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철새는 계절을 따라서 이동하는 새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새로 제비와 두루미 기러기가 있다. 제비는 봄에 왔다가 여름이 지나 가을이면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고 그곳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봄이 오면 우리나라로 온다. 그 반대로 두루미는 시베리아 쪽에서 가을에 우리나라로 와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다시 추운 곳으로 간다. 물론 이밖에도 많은 철새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특성상 계절에 따라 이동을 한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이동이다.

그런데 요즘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지방의원도 같다) 자기가 속해 있던 정당 정책이 자기의 정치이념에 안 맞으면 그 당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철새정치인이라고 비하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말은 맞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헌법에 보장된 자유의사의 원칙에 반해서다. 양심이 조직논리에 우선한다고 보아야 한다. 단순히 다수의 거수기가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광복 후 정치사 80여 년 간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여당과 야당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치들을 했다. 이미 작고한 대통령들 중에서도 많이 그랬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를 빼고는 거의 다 정당을 옮기거나 새로 창당해서 정치를 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그러했고 비록 대통령은 못 했지만 제2인자로서의 큰 정치인들도 상당수 철새정치를 했다. 김종필 이회창 이인재 등도 대권을 갖기 위해 이 정당 저 정당을 오가면서 정치를 했다. 

세계적으로 철새정치를 제일 많이 한 정치가로서는 영국의 처칠 수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처칠이 누구인가. 세계 제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 중 한사람이 아닌가. 그는 27번이나 정당을 옮겨가면서 정치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러나 세계의 사람들이 그를 철새정치인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은 없다. 정치는 대의를 위한 소신이고 정당은 그 정당의 정체성 속에서 국민을 위하고 자기네 소속 정당을 위하는 것이다. 즉 일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 

정당 속에서 내 의견만 내세워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다수의 힘으로 내밀어서도 곤란하다. 같은 당내에서도 치열한 토론을 거쳐 거기서 얻은 결과물을 찬반으로 의견을 결정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는 자도 있을 게다. 이런 자들은 투표에서 기권이나 참여를 안 할 수도 있다. 그 당 내에서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강제로 찬반을 유도할 수는 없다.     

며칠 전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임무의 하나로 국회의원은 입법을 하고 행정부에 대한 각급부처별로 국정감사를 한다. 여야 의원들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여당의원들은 피감사기관의 장에 대해 변론 즉 방어적 자세로 국감에 임했고 그 반대로 야당에서는 파헤치기 식으로 국감을 하되 공격적 국감으로 일관했다. 법리와 사회통념상 잘잘못 등등 여러 분야에 대해서 공방이 계속됐다. 

무조건 여당인사(각급기관) 감싸기에 연연한 여당의원들도 눈꼴사납고 확실하고 꼼짝 못하게 자료를 갖추지 못하고 카더라(신문 TV등)로 질문하다 머쓱해하는 야당의원들도 꼴불견이었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의 감사내용은 공방전으로 가다가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정치인은 무릇 소신을 갖고 정정당당히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철새든 텃새든 따질 것 없이 입법 사법 행정부서에서는 서로가 주어진 임무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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