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은 유엔 세계식량기구가 받았다. 그동안 인류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에게 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아에 맞서 싸우며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 애써온 기구를 선정했다.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에서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식량문제의 해결은 인간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으로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으나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식량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이지 않다.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 그 많은 생명체 중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며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감성과 지성을 갖추고 있으며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를 만들며 집단을 이뤄 문명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가 곤충이다. 인간과 곤충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농경사회와 산업화 시대에 어린 시절 성장기를 농촌에서 보낸 세대들은 곤충들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여름과 가을철이면 참매미와 귀뚜라미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었고 방아깨비, 고추잠자리, 메뚜기를 잡으러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가 없던 시절 곤충은 어린이들의 동심과 감성을 키워주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은 곤충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잠자리에서 헬리콥터를, 벌집에서 아파트를, 거미줄에서 방충망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4차 혁명을 대표하는 기기인 드론도 곤충에서 얻어낸 아이디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미물인 곤충의 모양, 동작, 생존환경 등에서 더 많은 삶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곤충에서 미래 식량을 얻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메뚜기는 오래전부터 농촌에서는 곧잘 먹는 곤충이었다. 가을이 되면 논에서 메뚜기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고 잡은 메뚜기는 주방에서 볶음요리로 만들어져 어른들의 술안주나 아이들의 간식으로 제공됐다.

곤충에는 고품질의 단백질 영양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곤충은 생김 자체가 흉측스럽고 징그럽다. 사람들은 몸에 좋다면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 습성이 있지만 직접 먹기에는 꺼림칙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을 키워 가루를 만들거나 엑기스로 큰 거부감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곤충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일정한 시설에서 체계적으로 곤충을 키우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좁은 공간에서 더욱 영양 만점의 곤충 먹거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 문제는 곤충을 먹거리로 만들어 내는 상품화 과정과 공급체계다. 

현재 지구상에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물은 수없이 많으며 농작물 재배도 기계화, 대량화되었고 가축도 고급화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과정, 많은 시간과 노동력 없이 양질의 영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형 식품의 개발이 곤충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내수는 물론 수출을 위한 상품화에 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곤충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나 호주 등에서 메뚜기 떼들이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주거나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사례들이 발생해 뉴스거리가 되곤 한다. 최근 정체불명의 매미 유충과 나방이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곤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곤충을 이용해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인간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 유전학자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똑똑하거나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를 선도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