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농업이 주산업인 우리 고장 농촌은 수확의 계절로 일손이 매우 바빠졌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비가 많이 왔다. 농작물의 작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열심히 쉬지 않고 땀 흘려 일한 만큼 홍천의 모든 농가에서 풍성한 수확의 결실이 있기를 소망한다. 

수확의 계절이 되면서 농산물의 절도범들이 극성을 부릴 조짐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농산물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농부들이 일 년 내내 땀을 흘리며 정성 들여 키워낸 영혼이 깃든 결과물이다. 최근 농촌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아닌 대부분이 어르신들로 힘들고 어렵게 농사를 짓고 있다.

요즘 농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등 과학화되긴 했어도 힘들기는 여전하다. 투자한 돈과 시간 그리고 흘린 땀에 비하면 다른 직종에 비해 소득이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하지만 농부들은 낙심하지 않고 매년 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최선을 다한다. 올 농사는 잘 안됐어도 내년 농사는 잘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예년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기도 쉽지 않았고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잦은 비와 바람으로 다른 해에 비해 더 많은 노동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농부들의 땀의 결실인 농산물을 훔치려는 절도범들이 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범죄는 소매치기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농산물 절도는 죄질이 가장 나쁜 도둑놈들이다. 농산물을 훔치는 도둑들은 철저한 계획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농산물 결실의 형태, 위치, 방범 위치 등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서는 절도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농촌도로에 방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방범 CCTV가 설치된 곳은 대부분 노출되어 있어 절도범들이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마을의 사각지대에 방범용 CCTV 설치가 필요하다. 농가에서 개인적으로 방범용 CCTV를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농촌에서는 마을 단위로 자체경비단을 구성해 순찰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옛날부터 물건을 훔치려는 도둑 한 사람을 열 명이 지켜도 잡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지켜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임산물에 대한 절도범들도 기승을 부린다. 산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연산 버섯이 있다. 국유림이라 해도 산에 함부로 입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산은 물론 국유림 산을 임대해서 임산물을 가꾸거나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허가 없이 산에 입산해서 자연산 버섯 등을 채취하는 행위는 절도행위가 된다.

산림 자원을 이용해 산양삼, 더덕, 도라지 등을 키우고 이를 판매해 소득을 올리는 임업인들이 있다. 자연에서 자생적으로 나는 임산물도 있지만 이를 소득으로 연계시키기 위해 임대하거나 산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깊은 심산유곡이라도 잘못 입산했다가는 절도범으로 오해받기 쉽다.

내 것이 소중하다면 남의 것도 소중하다.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물건을 잃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 보면 일 년 농사의 농산물이나 임산물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밭이나 논 그리고 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우리 지역 농부들이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지켜주려는 홍천군민들의 한결같은 마음도 필요하다. 작은 의심도 신고해야 한다. 경찰관서에서는 가을철에는 순찰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도둑들이 가장 겁을 내는 사람이 사법권을 가진 경찰관이기 때문이다. 잃고 나서 찾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 아예 잃어버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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