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45]

요즈음도 그렇지만 우리 선현들의 피서법은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을 찾았다. 밤에는 이상 한기가 들 정도로 시원한 곳이 바닷가나 계곡이었다. 다음은 부채에 여름을 의지하는 방법이 있고, 서빙고 등에서 갈무리한 얼음을 냉수에 타서 마셨다. 흔히 쓰는 마지막 피서법은 땀을 흘릴 때마다 연신 탈의실에 가서 샤워를 하는 방법이었다. 온 몸에 하루 종일 땀이 줄줄 흐르더니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도 쉬지 못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苦熱(고열)2 / 성호 이익
온 몸에 종일토록 땀이 줄줄 흐르니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 쉬지 못하는데
초가집 비록 좁지만 접어두는 근심만.
渾身竟日汗漿流    揮扇功高不暫休
혼신경일한장류      휘선공고불잠휴
想到夏畦人情病    茅廬雖窄亦寬愁
상도하휴인정병      모려수착역관수

초가집은 비록 좁지만 근심만은 우선 접어두네(苦熱2)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이며 조선의 실학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온 몸에 하루 종일 땀이 줄줄 흐르더니 /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도 쉬지 못 한다네 // 밭에 일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생각하고 / 초가집은 비록 좁지만 근심만은 우선 접어두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찜통더위 / 찌는 더위를 참으며2]로 번역된다. 전구에서 참기 힘든 찜통더위로 시상을 일구었던 시상에는 [전에 없던 더위라고 해마다 말들을 하는데 / 막상 닥쳐서 생각하면 그렇겠다고 여겨지네 // 사람 생각 지난 일을 잘 잊기 때문이겠지만 / 하늘마음 한결같아서 치우침은 없다네]라고 했다.

시인은 한더위가 되면 여느 때처럼 땀이 줄줄 흐르고 주체하지 못한 땀을 다소나마 식히기 위해 부채를 부쳤다는 시통주머니다. 온 몸에 하루 종일 땀이 줄줄 흐르더니만 끝내는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도 쉬지 못한다고 했다. 요즈음 같으면 에어컨이 있어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가 있으련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보면 더위를 참는 방법은 같았겠다.

화자는 이런 혹독한 더위일지니 혼자만의 고통으로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하자는 쪽으로 돌린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생각해서라도 초가집은 비록 좁지만 근심만은 우선 접어두자는 합리화 쪽으로 돌린다. 남과 더불어 하는 배려 정신으로 집에 있는 내가 괴로우면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겠느냐는 생각의 전이행위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하루 종일 땀이 줄줄 부채질은 쉬지 못해, 농부 생각 참는 고통 근심 우선 접어두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으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다. 그의 학문은 아버지가 중국에서 가지고 온 수많은 서적들이 큰 밑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율곡과 변계의 심오한 학문에 심취해 갔던 인물로 알려지며 타고난 성품이 맑았다. 저서는 [성호사설], [곽우록] 등이 있다.

【한자와 어구】
渾身: 온 몸. 竟日: 마침내 하루 종일. 汗漿流: 땀을 줄줄 흐르다. 揮扇: 부채를 부치다. 功高: 커다란 공이다. 不暫休: 잠시도 쉬지 않다. // 想到: 생각해 보다. 夏畦: 여름에 밭에서 일하다. 人情病: 사람 정의 괴로움. 茅廬: 초가집. 雖窄: 비록 좁다. 亦寬愁: 또한 근심을 접다. 곧 너그럽게 하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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