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우리 고장의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강원도를 대표하는 강릉고등학교 야구부가 경상남도의 김해고등학교와 우승을 놓고 격돌했다. 강릉시민은 물론 많은 강원도민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TV 중계를 시청하며 ‘강원도의 힘’을 모아 응원했다.

경기 결과는 안타깝게도 강릉고등학교가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치며 결승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8회까지 2점 차로 앞서가던 강릉고가 투수의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투수가 바뀌면서 9회 마지막 수비에서 3점을 잃고 우승의 영광을 김해고등학교에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는 야구다. 그러나 강원도는 야구의 변방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할 당시에는 인천의 삼미 팀이 한때 강원도를 연고로 하기도 했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야구부는 춘천고, 원주고, 강릉고 등에서 꾸준히 선수를 육성해 왔으나 중앙무대에서는 대부분 콜드게임 패로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강원도 내 고등학교에서 야구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춘천시의 강원고, 원주시의 원주고, 강릉시의 강릉고, 속초시의 설악고 등이다. 춘천의 춘천고와 동해의 북평고 등에서도 야구팀을 육성했었으나 선수 수급과 예산확보 등의 문제와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팀이 해체됐다. 설악고와 강원고는 창단이 오래되지 않았으나 강릉고와 원주고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강릉고등학교 야구부는 1975년에 창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창단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동문회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지원하며 야구팀을 운영해 왔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운동이다. 단체종목으로 선수 인원이 많아야 하고 글러브, 배트, 공 등이 고가일 뿐만 아니라 소모성 제품들이다. 

강릉고는 3년 전 최재호 감독을 사령탑으로 초청하면서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지난해에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와 봉황대기에서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지도자의 지도능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된 스포츠 종목이다. 유럽에서는 축구에 밀려 큰 인기가 없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북중미, 아시아, 호주 등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투수와 포수, 내야수와 외야수 등 모두 아홉 명의 선수로 한 팀이 구성된다. 투수의 역량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투수놀음’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야구는 철저하게 기록경기다. 승패는 물론 타자가 안타를 치고 베이스로 진출하는 것을 모두 타율로 계산한다. 9회까지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지만 9회가 매우 중요하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강릉고와 김해고의 경기도 9회에서 승부가 갈렸다. 방심은 금물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구에는 인간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노력하는 삶이 아름답듯이 선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며 역전이라는 반전의 기회가 언제든지 주어진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기도 하고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의 프로야구가 실시되고 있으나 유료관중의 입장이 허용되면 구름 관중이 경기장을 채운다. 인기의 비결은 관중석에 앉은 사람 모두가 감독의 입장이 된다. 시시각각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작전을 제시하곤 한다. 투수의 교체 타이밍, 타자의 타격형태, 주자의 플레이 등이 중요한 승부처가 되기 때문이다.

야구의 변방으로 불리던 강원도의 고등학교가 전국대회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고등학교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은 물론 결승전에 진출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하면 된다’라는 교훈을 얻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꿈은 이뤄진다’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만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의 소중함을 강릉고 야구부에서 배우게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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