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길고 지루한 싸움 틈에 어느새 장마철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봄을 상실했다. 벚꽃과 철쭉이 피고 진달래가 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 생활 속 방역 등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인해 봄을 느낄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방역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봄이 갔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학생들의 등교 수업을 수차례 연기시켰고, 체육관과 경로당을 폐쇄하는 등 인간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면서도 자연의 순리인 세월의 흐름은 막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질병 못지않게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것이 자연재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자연재해는 철저하게 방비를 해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과학의 발달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대처방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평상시에 상황별로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해 놓아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자연재해는 태풍, 홍수, 폭설, 지진, 이상기온 등 종류가 다양하다. 유월부터는 태풍과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장마철이 시작된다. 최근 우리 고장은 큰 자연재해의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고장의 모습을 보면 여름 장마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허리를 깎고 물줄기를 메워 전원주택단지로 개발된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택지 허가가 나오기까지는 안전도 검사가 이뤄졌을 터이고 또 장마에 대비한 방책이 철저하게 강구됐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예방이 안전을 완벽하게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결국 나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 개발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다. 최근 하늘에라도 닿을 듯 높아지는 초고층 아파트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서울에는 산등성이 자체가 온통 주거지다.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홍천과 같은 지역에 산림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집을 지어야 할 정도로 택지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유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에서 땅 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데에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엄청난 위험과 재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장마철만 되면 산허리를 깎아 만든 주택 단지 부근의 주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불안감 속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재 산 중턱의 전원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장마철을 맞아 어떤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산사태와 홍수에 철저하게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가 아닌 영구적인 안전조치를 갖춰 놓도록 해야 한다. 작은 실수나 방심이 대형 인명피해나 큰 재산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계기관에서는 산림을 훼손하고 집을 짓는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에 신중해야 한다.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도록 해야 한다. 시골 도로의 산사태 위험지역은 특별관리 되어야 하고 상습적으로 하천이 범람하는 곳은 물 흐름의 장애 요인을 미리미리 없애야 한다. 

장마철에는 농가의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잘 가꿔 놓은 농작물이 폭우와 바람으로 잘못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닐하우스가 바람에 찢어지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를 강화하고 논에는 물 빼기, 하천에는 튼실한 제방을 설치해야 한다. 축산 농가에서도 가축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 우리 고장의 자동차 캠프장이 인기를 끌며 피서객들이 계곡을 찾고 있다. 장마철 피서객들의 안전은 물론 자동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철, 유비무환의 철저한 준비만이 안전을 담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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