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40]

모성애母性愛라고 했다. 아버지와 상대적인 어휘로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의 정과 그 도톰함이 더 극진하다는 뜻이다. 친정엔 친정어머니, 시댁엔 시어머니가 명절이나 행사가 있어 찾아가면 비닐봉지에 가득가득 담긴 보따리에 온갖 정성을 다 담는다. 자식을 사랑하는 극진한 모성애다. 시인도 공무로 떠난 자식걱정의 극진한 모성애를 보인다. 나랏일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인데, 집 생각은 하지 말고 공무에 전념하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寄長兒訃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영수각 서씨
모든 일 나랏일엔 법망이 있다한데
집안일 생각 말고 공무에 전념하라
나날이 훌륭한 소식이 훨씬 낫단다.
王事皆有期    勿爲戀家鄕
왕사개유기    물위연가향
令聞日以彰    勝似在我傍
영문일이창    승사재아방

나날이 훌륭하다는 소식 들리게만 된다면(寄長兒訃燕行中)으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영수각 서씨(令壽閣 徐氏:1753~1823)로 조선 영조 때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나랏일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인데 / 집 생각은 하지 말고 공무에 전념하라 // 나날이 훌륭하다는 소식 들리게만 된다면 / 그것이 내 곁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단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장자가 연경에 이르기를 붙이며]로 번역된다. 맏아들이 중국 사신가는 길에 부치는 글로 네 수 중 둘째 수다. 큰 아들이 나라의 큰 사명을 띠고 먼 길을 떠난다. 집안일 걱정 말고 나랏일에 분투해라. 네 이름이 빛을 더하면 그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라는 한 마디였을 것이다.

시인의 더욱 간절한 한 마디는 사사에 얽매이지 말고 공무에 몰두하라는 충언이다. 나랏일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인데 집안 생각은 하지 말고 공무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공무로 떠나는 자식의 장래를 [왕사王事] 한 마디로 표현하고자 했다.

화자는 진심한 소회의 한 마디를 쏟아낸다. 나날이 훌륭하다는 소식만 들린다면 그것이 시인의 곁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끝구에서는 [옛 성현이 남겨 놓은 교훈 있으니(先聖有遺訓) / 자기 몸 공경함보다 나을 것 없네(莫若敬其身) // 항상 얼음 밟듯 조심하고 삼가면(常存履氷戒) / 몸은 편안하고 덕은 날로 새로워지리니(身安德日新)]라고 가르치고 있다. 역시 성현의 가르침과 대의를 먼저 생각하라는 당부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나랏일엔 때있는 법 공부에만 전념하라, 훌륭하단 소식 오면 내 곁보다 훨씬 낫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영수각 서씨(令壽閣 徐氏:1753~1823)로 영수합(令壽閤)이라고도 한다. 14세에 홍인모(洪仁謨, 1755∼1812)와 결혼하여 3남 2녀를 두었다. 집안은 친정과 시가가 모두 명망 있는 양반가였다. 유교적 사회가 요구하는 유순하고도 순종적인 여성으로서의 교육을 받고 시대를 앞선 삶을 살았다.

【한자와 어구】
王事: 나라의 일. 곧 공무. 皆: 다. 또는 모두. 有期: 시기가 있다. 일을 할 만한 적절한 때가 있다. 勿爲: ~하지 말라. 戀家鄕: 집안을 연모함. 고향 생각. // 令聞: 들리게 하다. 소문이 들리게 하다. 사역형의 문장임. 日以彰: 날마다 밝음이 들리다. 勝似: ~보다 낫다. 在我傍: 내 곁에 있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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