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무조건 죄지은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통렬히 반성하고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한때 한국 야구의 국가대표 선수로 명성을 날리며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했던 강정호 선수가 미국에서 음주 후 뺑소니 사고로 퇴출당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신청을 하자 한국프로야구위원회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자격정지 1년에 봉사 100시간의 솜방망이 처벌을 결정했다. 미국 진출 이전에도 음주 사고의 전력이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결정은 1년 뒤에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 프로야구팀으로 진출하기 전 소속팀인 키움 구단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큰 물의를 일으킨 선수다. 국내 복귀를 가볍게 결정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 

경기력이 매우 뛰어나 팀 승리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해도 바른 인성을 갖추지 못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팬과 국민을 무시한 승리 제일지상주의의 행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어플레이가 더 중요하다. 프로야구는 대기업에서 팀을 운영한다. 즉 소속선수의 행동은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음주는 자신의 피해는 물론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범법행위로 엄히 다스리고 있다. 특히 일명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처벌 기준을 강화하여 일벌백계하는 풍토가 마련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비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은 어린 꿈나무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박찬호 선수가 크게 성공을 거뒀고 류현진, 추신수 등의 선수가 맹활약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그러나 강정호 선수는 만취 상태에서의 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 선수 본인은 물론 나라의 위상까지 떨어뜨렸다. 미국에서 퇴출당한 선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 선수는 국내의 프로야구 선수 시절에도 음주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선수로서 가중 처벌이 요구되는 죄임에도 관용의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승부 조작, 도박, 폭력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선수 이전에 인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체육 입국의 스포츠 강국이다. 개발도상국가 시절 국위를 선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하며 오직 이기는 데에만 목표를 두고 선수를 육성했다. 오죽했으면 선수들을 가리켜 ‘메달 따는 기계’라고 까지 폄하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OECD의 선진국이다. 즐기면서 참여하는 스포츠 문화로 바꿔야 한다. 

 운동선수에게는 생명처럼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다. 스포츠맨십이다. 스포츠맨십은 바른 인성에서 나타난다. 선수에게 체력과 기술을 가르치기 이전에 바른 인성을 먼저 함양해야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할 수 있다. 운동선수의 바른 인성 함양은 엘리트 체육의 풀뿌리인 학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국가대표를 역임했거나 스타플레이어는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어린 체육 꿈나무 선수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음주로 몇 번씩 사고를 낸 선수가 오직 기량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경기장에서 계속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을 저질러도 운동만 잘하면 용서가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최근 사법부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법부가 아닌 스포츠 종목별 징계위원회에서조차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풍토는 머지않아 프로 스포츠가 외면 받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으로 환부를 도려내야 미래가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