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고성군 토성면 일대에 산불이 났다. 다행스럽게도 열 시간 만에 진화가 돼 큰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영동지방에는 양양에서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인 ‘양간지풍’, 양양에서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인 ‘양강지풍’이 봄철만 되면 태백준령에서 바다 쪽으로 초속 20km를 넘는 강풍이 불곤 해 산불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봄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산불이 나 인명 피해와 함께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와 더불어 학교 체육관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부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재민들을 도우며 복구 활동은 물론 많은 국민이 재난 성금을 모아 지원했으나 아직도 산불의 잔해와 상처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해 산불은 전봇대 전선에서 강풍에 의해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밝혀져 이재민과의 진부한 법정 다툼 끝에 한전에서 복구비를 일부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산불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화목 보일러 과열로 추정되고 있으나 주택에서 발화돼 인근 산으로 옮겨 붙었다. 

 봄철에는 산불위험이 매우 크다. 나무에 푸른 잎이 나거나 식물들이 싹을 틔우기 전이라 불에 약하고 바싹 마른 상태로 쌓여 있는 낙엽은 화약고나 다름없다. 건조한 날씨도 한몫하며 바람은 불씨를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가게 한다. 영동지역의 경우를 보면 100m가 넘는 지역으로 불씨가 날아가 불이 번지곤 한다.

 올해 들어 울산, 안동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피해를 가져왔으며 지난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같은 지역 인근에서 또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봄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날 인제군 남면에서도 산불이 나 44호 국도선 주변을 불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고장 홍천에서 먼 지역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산불은 발생하면 다른 화재와 달리 소방차나 인력으로의 진화가 어렵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진화가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지난주 고성 산불에 동원된 헬기는 모두 38대라고 한다. 특히 군부대 헬기의 지원도 있었다. 산불은 발생했다 하면 대부분 대형 피해를 수반한다. 철 구조물로 지은 집들도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나무 목재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산림의 피해는 말로 표현이 어렵다. 산림청에서 제안한 ‘산불은 한순간 복구는 한평생’이라는 구호가 정답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산하들을 보면 푸르게 녹화가 잘 되어 있다. 지금은 법정 휴일에서 빠졌지만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나섰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고장은 산림 지역이다. 도심을 제외하고 농촌 지역에서는 산과 인접한 곳에 집들이 있다. 여름철 장마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산림 지역을 개발해 산속에 집을 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간 생활에 물과 불은 불가분의 관계다. 산과 가까운 곳의 집일수록 산불의 위험 요인이 크다. 봄철만이 아닌 365일 산불 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재다. 농경지의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담뱃불을 투척해 엄청난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은 불씨가 엄청난 화마로 돌변하는 경우다. 산불을 비롯한 모든 화재는 진화 방법이 아닌 예방이 최선이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하게 예방을 한다 해도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산에 인접해 사는 주민은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머릿속에만 있는 계획이 아니라 실제 훈련을 해놓아야 하며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만일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고성 산불 진화에서 제기된 저수지 주변의 태양열 집광판 설치에 대해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헬리콥터의 방화수를 확보하는 곳이 댐이나 저수지다. 저수지 주변에 태양열 집광판이 설치돼 헬기의 집수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은 저수지 주변에 태양열 집광판은 물론 건축물 등의 설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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