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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에선 벼와 기장이 누렇게 익어 가는데 : / 신부용당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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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3  0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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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반복되는 달의 모습을 보고 지었던 시상을 만난다. 시인도 황진이의 반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실 같은 초승달로 가만히 얼굴을 비치면 달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후대 사람들은 ‘상현上弦달’이라 했다. 만월滿月인 보름달 이후에는 달의 모습은 점점 일그러지면서 다시 반달 모습인 ‘하현下弦달’이 된다. 밤이 고요해지니 샘물 소리가 아름답고, 초승달은 아직도 밝음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初月夜(초월야) / 신부용당
고요한 밤 되니 샘물 소리 아름답고
초승달은 밝음을 다하지 아니하는데
가을에 산열매 곡식 누렇게 익어가네.
夜靜泉聲多   初月明未央
야정천성다   초월명미앙
秋風山果熟   廣野禾漆黃
추풍산과숙   광야화칠황

넓은 들판에선 벼와 기장이 누렇게 익어 가는데(初月夜)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신부용당(申芙蓉堂:1732~1791)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밤이 고요해지니 샘물 소리가 커지고 / 초승달은 아직도 밝음을 다하지 않았네 / 가을바람에 산열매들이 알알이 익어가고 있는데 / 넓은 들판에선 벼와 기장이 누렇게 익어간다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초승달 뜨는 밤에]로 번역된다. 초승달이 서산마루 멀리 두둥실 떠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구어 낸 시상이 많다. 위 시를 다음과 같이 의역해 보면 어떨까 한다. 더 맛깔나는 시의 운치를 맛보게 된다. [고요한 이 밤 샘물소리 맑아라 / 초승달은 저 홀로 밝은 빛을 발하는데 / 서늘한 가을바람에 산과일은 익어가고 / 들에는 누런 물결 길게도 일겠구먼] 가을이 되면 온갖 곡식이 무르익은 한국의 가을을 연상하는 부드러운 시로 의역해 보았다.

시인은 밤이 고요해지니 졸졸 흐르는 샘물 소리까지 아름답고 초승달은 아직 밝음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고 시상을 일으킨다.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에 산열매가 익어가는 시절이 되면 넓은 들에는 벼와 기장이 다투어 누렇게 익어간다는 가을 정경을 그려내고 있다.

화자는 익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또 다른 필치로 그리고 있다. 따스한 햇볕과 살랑대는 바람 이외엔 어느 것도 논밭에서 익어가는 가을을 재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밤과 초승달은 은연중에 가을바람을 통해 부추겨 가면서 산열매를 송알송알 익어 갈 수 있게 했다는 귀납법을 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샘물 소리 아름답고 초승달은 밝음 못해, 산열매가 익어가니 벼와 기장 누렇다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신부용당(申芙蓉堂:1732∼1791)으로 생몰연대가 분명하게 나타난 여류시인이다. <부용당집>의 교열을 거쳐서 현재는 <산효각부용시선> 한 권이 남아 있을 뿐이다. 1975년에 4남매 문집을 모아서 그들의 고향 이름을 붙여 <승문연방집>이란 제목으로 영인 출판하였다고 전한다.

【한자와 어구】
夜靜: 밤이 고요하다. 泉聲多: 샘물 소리가 크다. 밤이 되어 소리가 크다는 뜻. 初月: 초승달. 明未央: 아직도 보름달이 다하지 못하다. 달이 차지 못하다. // 秋風: 가을바람. 山果: 산열매. 熟: 익어가다. 廣野: 넓은 들. 禾漆: 벼와 기장. 黃: 누렇다. 곧 익어가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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