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코로나19도 잠잠해지고 온 산천이 꽃피고 푸르른 화창한 5월 봉사의 달이다. 봉사를 하는 데는 세 가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먼저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게 이웃이나 사회의 어려운 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봉사를 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에게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대가를 받고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거리 청소를 한다든가 노약자를 보호한다든가 많은 인력을 요구하는 사회단체에서 일을 하고 그 대가를 실비 차원에서 받는 것이다.

이 난에서의 이야기 거리로는 맨 앞의 경우다. 40여 년 전 홍천읍 시내에서 소상인들 몇몇이 모여 ‘은혜회’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회장에 신은동(작고)을 필두로 작은 봉사단체를 조직했다(이 내용은 수 년 전 본 난을 통해 언급한바 있음). 회원들이 매월 1만 원씩을 갹출해서 주로 어려운 청소년들을 찾아 현금보다는 생활필수품을 지원했다. 회비를 아끼기 위해 매월 월례회는 간부를 중심으로 하고 총회는 상·하반기 또는 분기회와 특별회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회비를 아껴 좀 더 많은 불우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초대 신 회장이 작고한 후 윤세형이 회장을 맡고 신경숙(현 회장)이 총무를 맡아 10여 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윤 회장은 대통령상을 수상한바 있고 신경숙 당시 총무는 도지사상을 받았다. 은혜회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여 노승철 전 홍천군수를 위시하여 백여 명의 회원들이 똘똘 뭉쳐 불우청소년을 대상으로 봉사활동과 생필품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신경숙 회장은 은혜회뿐만 아니라 노약자와 극빈자 어르신들을 위해 인근 상가로부터 나오는 폐지를 수집하는 한편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나오는 빈 병을 팔아 역시 노인들을 위해 쓰고 있다. 또한 신 회장은 홍천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신장대2리 이장을 보면서 독거노인과 생활이 어려운 자들을 남모르게 돕고 있다.

지난 5월1일 오후에는 가족과 동반한 손님(50대 후반정도)이 닭갈비 식사를 하고 나가면서 “사장님이 은혜회 회장님이시지요?” 물으면서 오만 원 지폐를 꺼내 건네며 “홍천군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은혜회 활동과 신 회장님의 봉사활동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보태서 어린이들에게 주세요”라고 했단다. 신 회장이 어디에 사는 누구시냐고 물으니 “전 서울에 사는데 20여 년 전 홍천 11사단에서 3년간 근무 후 제대를 했고 지금도 그때 추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서 그대로 가버렸단다. 

신 회장이 좀 더 고맙다는 뜻을 전하려 했으나 그는 이미 가족과 같이 자리를 뜬 후였다고 한다. 필자가 역시 가족과 같이 식당을 찾자 신 회장은 그 감격적인 장면을 말해주면서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익명의 지원금으로 비록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순수한 지원금에 감격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십억 내지 수백억 원을 내는 기획적인 기부금보다 비록 금액은 소액이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더욱 값진 기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경숙 회장이 운영하는 소다만닭갈비 식당은 40여 년 전에 개업을 해 홍천읍의 50여개 닭갈비 식당 중 서너 번째로 오래된 전통 닭갈비 식당이다. 직전 회장인 윤세형과는 이웃해 사업을 하면서 전·현직 회장 간 우애가 돈독하고 은혜회 발전을 위해 쌍두마차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이웃에는 참으로 많은 봉사단체가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묵묵히 봉사하는 순수한 민간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외지에서 홍천까지 찾아와 닭갈비를 먹고 옛 군 생활을 잊지 않고 불우이웃을 위해 익명의 기부금을 놓고 간 그 마음 역시 은혜회와 같이 우리지역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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