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부터 민간인 체육회장 시대가 열렸다. 지난주 1월15일 강원도 내의 시·군 지역별 민선 첫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치러졌다. 하루 전에는 강원도체육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도 치러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강원도 체육을 이끌어갈 양희구 회장과 홍천체육을 이끌어 갈 박상록 회장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필자도 후보로 참여했었으나 체육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스포츠 현장에는 스포츠맨십이 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는 물론 관중도 모두 지켜야 하는 규범이다.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당선의 영광을 안은 두 회장님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강원체육과 홍천체육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겨줄 것을 기대한다. 

민간인 체육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겸직 제한 제도의 배경은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가장 컸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체육을 이용한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 초기에 프로야구를 출범시키며 국민적 관심을 돌렸던 것을 기억한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막론하고 표밭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체육을 이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선 후 표심에 따라 특정 종목에 편향된 지원을 한다거나 측근을 체육회 직원으로 채용한다든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왔다.

스포츠라는 문화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문화다. 스포츠는 인종, 종교, 정치, 이념을 초월해야 한다. 스포츠의 제전인 올림픽 기간 중에는 사람을 죽이며 치열하게 싸우던 전쟁까지도 중단했던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체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따라서 민간인 회장의 선출은 매우 바람직한 선출방식으로의 전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수 후보자의 경쟁에 의한 투표방식 선출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체육회장 선출을 작은 정치판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체육회장 선출방식은 대표성을 띤 유권자가 투표권을 갖는 간선제다. 가맹경기단체 회장은 모두 투표권을 갖고 가맹경기단체 산하 각 클럽 회장들은 무작위 추첨방식에 의해 투표권을 갖게 되어 있다.

홍천군의 경우 지자체 인구수에 따라 백 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에 참여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127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했다. 많지 않은 유권자임에 따라 네 편, 내 편이 분명하게 갈리고 표심이 너무 쉽게 읽혀지게 마련이다. 대표성을 띤 유권자에게 득표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편이 갈리고 의견이 나뉘는 등 정치판의 축소판과 같았다.

대표성을 띠고 투표에 임하는 간접선거의 선거인단은 직접 선거와 달리 자신이 속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투표행위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의 자격이 아닌 단체를 대표해 투표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인단의 품격으로 미뤄 충분한 의견 개진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믿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다.

후보자들은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자니 주변 지인들의 조력을 받고 내 편이 되어 달라 강조하며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편 가르기를 했다. 또 다른 정치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민간인 체육회장의 선출이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이번에 선출된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초대 회장 이후에 선출되는 회장의 임기는 4년씩이다. 앞으로도 체육회장 선거는 4년 단위로 계속 치러지게 된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체육회장 선거가 정치판화 되어 가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장 회장 겸직에서 민간인 체육회장으로의 전환이 체육인들이 운동하는데 있어 종전과 피부로 느낄 정도의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체육행정에는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체육인들 모두가 원하는 바른 체육행정으로 홍천의 체육인들이 더욱 건강하고 홍천군민 모두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더 향상되길 소망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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