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지난 9일 한글날 필자의 세 번째 시집 “화양강에 달이 뜨면” 출판기념회를 홍천향교와 인근 두양식당에서 가졌다. 홍천중학교와 홍천농고 졸업생 동창 40여 명이 모인 조촐하고 이색적인 출판기념회였다.

당초에는 출판기념회 같은 것은 아예 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동창들의 모임인 홍천의 육문회와 홍농고 6회 동기모임 춘천의 홍우회 서울의 화양회의 동창들이 매월 또는 격월로 모임을 갖는데 기왕이면 홍천에서 하면 어떨까 하는 지인의 의견에 따라 이번 동창들의 모임 겸 출판기념회를 갖게 됐다.

그러다보니 서울 동창회에서 대형 화환을 준비했고 춘천과 홍천에서는 화분(난)을 각각 준비해 자리를 빛냈다. 거기에 애들이 커다란 케이크를 준비했고 나는 집에 있던 국산와인 두 병을 건배주로 내놨다. 이 와인은 역시 명절 때 애들이 가져온 것으로 가격이 국산와인 중 최고라고 해서 간직했다가 이날 뚜껑을 땄다.

외부손님은 한분으로 홍천향교 최수옥 전교뿐이었다. 최 전교는 우리 일행을 위해 향교의 면면을 세세히 소개해 마치 향토문화해설사가 아닌가 할 정도로 설명을 잘 해줬다.

참석자 중에는 몸이 성치 않아 부인이 옆에서 부축을 하고 별도의 차량을 마련해 온 친구도 있었다. 그는 경기도 용문에 있는 김영걸 동창으로 필자와는 학교 때 매우 가까웠으며 운동(마라톤)도 잘하고 연예인의 꿈도 가져봤던 친구인데 말년에 와병으로 주변의 동창생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한 조기홍은 키가 180cm가 넘었는데 지금은 허리에 병이 나서 걷는데 불편을 많이 느껴했다. 심우천 동창은 다리에 힘이 없다면서 걷는데 힘들어했고 또 몇몇 동창들은 귀가 시원치 않다고들 했다. 모두들 나이가 들어 몸뚱이가 서서히 고장이 나는가보다.

그런가하면 매일 수영을 하고 하루 종일 게이트볼과 테니스 등 운동을 즐기는 동창들도 있었다. 특히나 여전히 술 잘 먹고 좌중을 웃기며 호탕한 동창들도 있었다. 모두 80이 넘었거나 여든 살을 꽉 채운 동년배들이 아닌가.

동창생들 중에는 65년 만에 만난 동창들도 10여 명이나 됐다. 반세기가 넘어서 다시 만난 것이다. 청소년 나이에 졸업과 동시에 헤어지곤 이번에 처음 만난 것이다. 반면에 동창 간에도 소통이 전혀 없는 동창생들도 더러 있었다. 홍천이나 춘천 서울에 버젓이 살면서 왕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동창이 꽤 많이 있다. 같은 홍천에 살면서도 피차 왕래가 없다. 이번에도 가끔 만나던 동창에게 두 번씩이나 전화를 해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하고는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나름대로의 그 어떤 사정들이야 있겠지만 이번 같은 모임은 앞으로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향교에 모여서 65년 전 입학식을 생각하며 담소를 나누고 이어 옆에 새로 지었던 교사로 가서 옛 추억을 되살리고 사진도 찍었다. 중식은 삼겹살로 하고 떡과 과일로 주안을 했다. 헤어질 때에는 책 한권과 신문칼럼 게재분 1부씩을 나눠줬다. 

제대로 된 출판기념회라면 지역 문인들도 초대하고 각급기관장이나 지인들은 물론 자녀들 일가친척 등등을 초대해 예식장이나 회관 같은 데서 멋있게 해야 출판기념회라 할 수 있는데 오늘의 모임은 그에 한참 못 미쳤다. 가족이래야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참석해 온 식당의 서빙을 도맡았다. 그래도 소개는 근사하게 하고 의외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모인 동창들을 한명한명 소개하고 학창시절 별명도 불렀다. 특별히 전국적 인물로 각광을 받는 전상국 동창의 특별인사도 있었다. 어쨌든 조촐하지만 이색적인 특별한 모임 즉 학교 동창생들만의 출판기념회를 이렇게 해서 끝을 잘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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