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고 싶은 애탄 심정이 더하여 이제는 고통의 그림자로 남았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하여 마음만 먹으면 금방 고향에 다녀올 수 있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그렇지도 못했다. 고뇌에 찬 심정으로 고향을 그리고 있음은 많은 시인의 시상의 얼게 속에서 유추(類推)해 낼 수도 있어 보인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고통과 고뇌로 변해 가슴 벅찬 마음으로 그리며 옷자락 끌어당기며 이야기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思鄕苦(사향고) / 만해 한용운
심지를 따지 않아도 등잔불 타는 밤에
온 몸은 자지러지고 넋은 나가 없는데
매화가 학을 타고서 옷자락을 당기네.
寒燈未剔紅連結    百髓低低未見魂
한등미척홍연결       백수저저미견혼
梅花入夢化新鶴    引把衣裳說故園
매화입몽화신학       인파의상설고원

옷자락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도 이야기했네(思鄕苦)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등불 심지를 따지 않아도 등잔불은 타고 있는 밤에 / 온 몸이 자지러지면서 넋 또한 나가고 없구나 // 꿈을 꾸었더니 매화가 학이 되어 살며시 나타나고 / 옷자락을 끌어당기면서 고향 소식 얘기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고향을 생각하는 괴로움만 깊고]로 번역된다. 닛코의 자연경관에 취해 마음껏 구경하면서 낯선 사람을 만나도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상의 주머니에 다복하게 담아 넣었을 것이다. 시적인 상상력 주머니를 채우고 나니 이젠 고향 그리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국심이 아니라 괴로운 충동감 속의 마음을 담아냈다.

시인은 향수심에 젖은 나머지 깊어가는 밤은 더했던 모양이다. 등잔불 심지가 타다보면 굳은 심지가 있어 불 밝기가 약해진다. 이것을 점차 따내면서 등잔불을 더 밝게만 보였다. 그런데 시인은 이 심지를 따지 않았지만 등잔불은 여전히 타고 있는 깊은 밤에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 온몸은 자지러지고 넋 또한 나가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화자의 시상은 큰 날개를 다는 화폭의 시그림을 만나게 된다. 가까스로 잠이 들어 꿈을 꾸었더니 한 줌 매화가 학 되어 아련히 나타나면서 시인의 옷자락을 살며시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을 소곤거리면서 전해 주더라고 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멋진 비유법 때문에 시의 맛과 멋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등잔불이 타는 밤에 온 몸 넋이 나갔구나, 꿈 속 매화 학이 되고 고향 생각 얘기 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으로 승려이자 시인이며 독립운동가로 알려진다. 유년시대는 대원군의 집정과 외세의 침략 등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시기였다. 불행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여건은 독립운동가로 성장시킨 간접적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자와 어구】※ 아래 [♧]표는 본 작품 번안이 끝나고, 다음으로 이어짐을 뜻하는 표시임.
寒燈: 차가운 등불. 未剔: 따지 않다. 紅連結: 붉게 연결되어 있다. 百髓: 온 몸의 뼈. 低低: 자즈러지다. 가장 밑바닥이다. 未見: 보이지 않다. 魂: 넋. 혼. // 梅花: 매화. 入夢: 꿈에 들어오다. 化: 화하다. 新鶴: 새로운 학. 引把: 끌어당기다. 衣裳: 옷자락. 說: 얘기하다. 故園: 고향 동산. 고향을 이야기하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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