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도시사람들은 말한다. 경제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에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라고 말이다. 농사가 쉽게 느껴지는지는 몰라도 생의 마지막 직업으로 폄하하는 것 같다. 사실 농사가 얼마나 하기 힘든 일인지는 직접 농사를 지어본 자만이 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사정이 달라졌다. 농사도 과학적으로 잘만 지으면 밥 먹고 용돈 쓰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필자는 청장년시절 농업과 관련이 많은 공기업(농협은행중앙회)에서 30여 년 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농촌경제 만큼은 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50년대 시골농촌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면서 소농을 경작(소작농으로 농사 수확물 50%를 지주에게 주는 제도)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

요즘 농촌(시골)에서 두 식구(부부)가 한 달 사는데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를 생각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가계부를 쓰고 규모 있게 살림을 하는 가구는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 있는 대로 쓴다. 우리가 먹는 쌀값(한 공기)이 요즘 80kg 백미 20만 원으로 계산하면 2백 원 정도다. 하루 세끼면 600원이고 두 사람이면 1200원으로 세끼를 다 먹는다 해도 2천 원이 안 된다. 한 달(30일 기준) 3만6천 원이고 1년이면 43만 2천 원이다. 핸드폰 1년 사용료와 맞먹고 담배 100갑이 안 되며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치면 커피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경제척도를 측정하는 엥겔계수(전체 생활비 중 음식물비가 차지하는 비용으로 이 계수가 높을수록 가난하다)를 보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시골에서 대지(농지 포함) 2~3백 평에 자기 집을 가졌다고 하면 식비 중 채소나 양념 등엔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급자족을 하기 때문이다. 두 식구라면 고추 10대(가을 김장용 빼고) 상추 10포기 토마토 5대 쑥갓 약간 등등을 이른 봄에 심으면 가을까지 실컷 먹는다. 여기다 참깨 들깨 감자 등도 이 평수라면 충분히 심을 수 있다.

해서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한 달 쌀값의 배 정도 즉 7만 원 정도면 해결된다. 여기에 통신비(TV시청료와 전기료 등)로 5만 원 정도 나간다. 학비나 문화예술비는 생략(예비비에서 감안)한다. 다만 의료비는 큰 수술비 말고 감기나 물리치료비 등으로 10만 원쯤 계산하고 공과금이 예상치 못하게 나간다. 10만 원쯤 치자. 여기에 여유자금 20만 원을 합한다면 한 달에 55만 6천 원이 든다. 약 60만 원이면 그런대로 살 수가 있다. 달걀이 한판에 3천 원이면 약 만 원 정도고 고기 등등은 예비비에서 지출하면 된다.

이는 최소한의 수치로 사람이 사는 데는 이상과 꿈은 위를 보고 살라 하고 실생활은 내려다보고 살라고 했다. 잘 살려면 한도 끝도 없다. 평범하게 소시민으로 산다면 위의 수치가 나온다. 여기에 더 보태서 1백만 원 정도면 농촌이나 시골살림은 무난할 것이다. 실제로 귀촌이나 귀농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략 5~60만 원이면 그럭저럭 살 수 있다고 한다.

시골 농촌에서는 대지(농지 300평정도)를 1억 원 내외면 구입이 가능하고 여기에 20평 정도의 주택은 보통 5~6천만 원이면 신축이 가능하다. 땅값과 집값이 1억 5천만 원 정도다(매입을 해도 비슷하다). 현금 2~3억 원 정도를 가지고 귀농한다면 여유 있게 시골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도권의 아파트는 4~5억이고 서울은 그 이상이다. 매월 연금이 없는 공기업이나 일반회사 퇴직자의 경우 현금퇴직금 일시불로 귀촌이 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이론상의 금액이고 실제로는 더 들 수도 덜 들 수도 있다.

시골이나 농촌에서의 생활은 경제적 문제도 이웃과의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해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행동거지를 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에 기름 떠돌듯이 따돌림을 받는다면 경제적 빈곤 이상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도시에서 쪼들리며 살 것인지 시골이나 농촌에서 여유롭게 살 것인지는 오직 본인의 의지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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