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가리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영화는 유명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하게 된다. 시나리오를 각본이라 한다. 작가들의 역량에 따라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관심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황이 천태만상으로 바뀌어 나타나게 된다.

폴란드에서 열렸던 20세 이하 월드컵축구대회 세네갈 전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이었고 무승부로 인해 승부를 가리는 승부차기에서는 더욱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왔다. 다섯 명의 키커가 나서서 차례로 공을 차는 승부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키커가 모두 실패를 했지만 3:2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고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넷째주말에는 강원FC와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경기가 춘천 송암경기장에서 열렸다. 강원FC팀은 후반전 26반까지 0:4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남은 20분 동안 세골을 몰아넣더니 추가시간 5분 사이에 두골을 더해 5:4로 역전시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세계 축구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대미문의 결과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예전에는 구기 종목의 스포츠 장면에서 요행이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비전이 발달한 요즘에는 요행은 없다. 각종 스포츠 종목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오심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손으로 골을 성공시켰으나 발각되지 않아 신의 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사례는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결과가 뻔하다면 관중석은 텅 빌 것이 분명하다. 수천, 수만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와 같은 반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약팀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인기리에 페넌트레이스를 실시하고 있다. 관중석에 많은 관중들이 찾고 있다. 더 많은 스포츠 장면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 선수들의 열정이 필요한 이유다. 프로스포츠는 관중과 팬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의 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가 구름 관중을 몰고 올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이기는 모습에서만 감동이 있는 것이 아니다. 패배가 아름다울 때도 있다. 패배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최선을 다한 경기는 언제나 감동이 따르게 마련이다.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는 보는 사람도 감동을 받지만 선수 자신도 만족할 수 있다. 졌다하더라도 다시 도전해 이기면 된다.

역전극의 대가는 거북이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곧잘 우화 속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직스럽지만 꾸준하게 목표를 향해 도전해 가는 거북이와 같은 도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요행이나 우연은 없다. 오직 땀과 노력 많이 역전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스포츠는 인간의 삶과 너무나 유사하다. 인간의 인생사가 미래 삶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삶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희망을 갖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팀이나 사람에게 성공이라는 희망이 있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상황에 자포자기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나 인생에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역전이라는 것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있게 마련이다. 다만 이겨내려는 의지와 의욕이 있을 때 인생역전이 가능하다.

스포츠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야구 경기에서는 9회말  투 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운동선수는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원FC 팀이 보여 준 5:4 대역전극의 모습은 모두가 불가능하리라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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