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은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따랐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고, 커서는 남편의 뜻에 따랐으며, 나이 들어서는 자식의 뜻에 따르라는 지상명령과도 같은 전통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한 면을 또 다시 보인 작품을 만난다. 어명(御命)을 받아 만리타국으로 떠나는 자식의 손에 쥐어준 한 시문에서 모성애를 엿보게 되는데, 그 이름을 찬하에 빛나게 함이 어미의 소망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寄長兒赴燕行中(기장아부연행중) / 영수각서씨 [즐거움=434쪽]
나라의 큰일에는 반드시 때가 있는 법
집 생각 고향 생각 하지 말고 분투하라
네 이름 빛을 더함이 이 어미의 소망이라.
王事皆有期     勿爲戀家鄕
왕사개유기       물위련가향
令聞日以彰     勝似在我傍
령문일이창       승사재아방

네 이름 빛내는 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니라[寄長兒赴燕行中]라는 모두 다섯 수 중에서 보인 셋째 수인 오언율시다. 작자는 令壽閣徐氏(1753~1823)로만 알려진 조선 영조 때의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나라의 큰 일 하는데도 때가 있나니 / 집 생각은 하지 말고 분투하여라 / 하루하루 네 이름 빛을 더하면 / 그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니라]라는 사상이다.

이 시제는 [맏아들이 중국 가는 길(사신가는 길)에 부침]으로 번역된다. 아들이 나라의 큰 사명을 띠고 먼 길을 떠난다. 어머니가 그 떠나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말한다. ‘집안일 걱정 말고 나랏일에 분투해라. 하루하루 네 이름이 빛을 더하면 그것이 이 어미의 소망이란다’라고 멀리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가슴 속엔 근심과 소망이 쌓이겠네. 아들의 성공을 당부하는 그 음성은 여간 의연하고 간절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는 모성애(母性愛)가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시인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다 했다는 생각도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야심찬 국가관을 보인다. 시인의 간절한 부탁은 집안 일 보다는 나라의 일이 황급함을 강조했고, 고향 생각보다는 국사에 그르침이 없어야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래서 시인은 분투하라고 강조한다.

 화자는 하루하루 시적 대상자인 자식에게 이름 빛낼 것을 간곡히 강조한다. 조야朝野에 이름을 빛내기보다는 내면의 성장과 성공적인 귀향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어미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하면서…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나라 큰일 때 있나니 집 생각 말고 분투하라, 하루하루 이름 빛내 어미 소원 풀어다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영수각 서씨(令壽閣 徐氏:1753~ 1823)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알려진다. 조선 후기의 승지이자 문인인 홍인모의 아내이다. 아버지 서회수와 어머니 안동김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성품이 맑고 자질이 뛰어나고 글 읽기를 매우 좋아했다 한다. 수학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한자와 어구】
王事: 나라의 일. 혹은 나라의 큰일. 皆: 다. 모두. 有期: 때가 있다. 勿爲: ~하지 말라. 戀: 생각하다. 사랑하다. 家鄕: 집안일과 고향의 일. // 令: 하여금 ~하게 하다. 聞日: 날마다 들리게 하다. 以彰: 창성하다. 이름이 높이 들리다. 勝似: ~같이 낫다. 在我傍: 내 곁에 있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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