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지만 스승은 스승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김영란법 등을 이유로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정해 학생들이 아예 학교에 등교하지 않게 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로 하자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을까 싶다. 하지만 스승의 날은 스승의 날로 존치돼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훌륭하게 성장한 인물의 배경에는 한결같이 훌륭한 부모님이 계시거나 훌륭한 선생님이 계셨다. 장차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 내기 위해서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과거 부정의 굴레였던 촌지를 염려해 스승의 날을 없애야 한다는 발상은 청렴성이 강조되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근시안적인 해법이다.

배움에 있어 선생님 존경과 제자 사랑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제아무리 역량이 출중한 선생님이라 해도 학생들이 존경하지 않으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없다. 제자가 존경하는 선생님이어야 어린 제자가 믿고 따르게 마련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선생님이라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믿고 따르게 마련이다.

선생님의 존경은 부모님부터 시작돼야 한다. 물론 부모의 선생님에 대한 평가는 자녀를 통해서다. 내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부모가 먼저 존경하고 믿어야 자녀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믿게 된다. 부모님이 선생님을 무시하면 자녀도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고 무시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은 제자를 사랑으로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있을 때 존재하는 것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있어 학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정성과 사랑의 크기에 비례해 제자가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선생님이 갖고 있는 역량을 극대화해 온갖 정성과 사랑으로 제자를 가르치고 보살펴야 한다.

동물은 물론 식물들까지도 자신을 귀히 여기며 아껴주는 주인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했다. 하물며 배우는 처지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자신을 위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모를 리 없다.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을 학생 또한 없다. 제자의 존경을 이끌어내는 것은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이다.

선생님은 지속적으로 자기 연찬을 해야 한다. 세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연수를 게을리 하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세태를 따라가기보다 앞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는 열정과 사랑만으로 학생지도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학생 개개인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맞춤형으로 지도해야 한다.

학교의 선생님들은 학생 인권은 강조되는 가운데 교권은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교권은 누가 남이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선생님들 스스로가 만들고 높이는 것이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지도해 줄 열정과 학생을 압도하는 정보와 실력을 갖추고 교단에 설 때 교권이 바로 서게 된다.

스승의 날 폐지론에 대해 반대한다. 스승의 날은 정부가 지정해서 강제로 운영하는 날이 아니다. 출발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날이다. 스승의 날을 선생님이 대접받는 날이라기보다 선생님들 스스로 학생 앞에 서는 자신을 성찰하는 날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학생은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지도해준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날이 돼야 한다.

한때 유행했던 말 중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는 말이 있었다. 최근의 세태를 잘 비유한 말이기는 하지만 스승과 제자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관계다. 제자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 선생님으로부터 사랑받는 학생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동안 평생 사도의 길을 걸어온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스승의 날에 대한 이런저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하기도 하지만 나름 진정한 사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는 자평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세태에 때라 교직관도 바뀔 수  밖에 없다. 후배 교사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스승상을 만들며 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