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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의 9경(九景)을 구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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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0  14: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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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웅
(前) 제주·군산·여수해운항만청장
 주요저서: 우송낙수록, 우송여록

녹음방초 짙게 우거지는 5월을 두고 여류시인 모윤숙은 ‘계절의 女王’이라 노래했으며, 원로 서정시인 피천득은 「五月」이라는 시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순한 여인의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5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라고 노래했다.

이처럼 티 없이 맑고 보드라운 계절인지라 너나없이 울안에서 훌훌 벗어나 싱그러운 대자연의 향연에 푹 빠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길이 없다. 밝고 맑은 순결한 5월이 되면 인간이 서로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집중되어 있으니 이를테면 근로자의 날(5/1),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 날(5/15), 성년의 날(5/20), 부부의 날(5/21) 등이 이 달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휴머니티 정신이 충만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이 싱그러운 신록의 호시절 마침 홍천으로 발령(국토교통부 홍천국토관리소장)을 받아 타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둘째 사위 내외의 초청으로 노쇠하고 구부러진 81세 노구를 이끌고 용기를 내어 우리 늙은 내외가 산자수명한 강원도 홍천에서 이틀간 머물다 돌아왔다. 좁은 대한민국 땅 덩어리 안이지만 각종 공해에 찌든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도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홍천에 들어서자마자 확연히 다른 청량한 물 내음과 산소 같은 수풀냄새가 혼탁한 기운을 시원스레 맑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홍천은 강원 영서내륙 중심부에 위치한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로 맑고 깨끗한 400리 홍천강이 홍천읍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고 그다지 높지 않은 남산(413m)과 석화산(224m)이 앞뒤로 병풍처럼 에워싸인 천혜의 자연 요새 지역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드넓은 면적(1,818km²)을 품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어느 곳에서나 눈을 들면 사위가 온통 짙푸른 산이요 눈을 내려 보면 그침 없는 물줄기이니 그야말로 신비로운 자연 선경이 여기가 아닌가 한다.

홍천(洪川)은 한자 뜻풀이로 보면 ‘넓은 냇가’를 뜻한다. 그러나 홍천읍 중심 시가지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홍천강의 강폭은 지명에 걸맞지 않게 겨우 200여m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강폭은 좁더라도 길이가 장장 4백여 리에 달해 북한강 큰 물줄기의 수원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가물어도 이곳에는 물줄기가 마르지 않는다고 하니 8만 군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천강은 홍천 주민들에게는 어머니의 달콤한 젖줄이요 약동하는 실핏줄이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오래전부터 이어온 탓인지 대체로 주민의 성정은 순후하고 인정도 도탑다.

그래서 조선 성종 때 문인 서거정(徐居正)도 그가 지은 「鶴鳴樓(학명루)」에서 “홍천지역의 민심은 풍속이 순박하고 쟁송이 맑고 간결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옛 부터 이 고장 주민들은 홍천의 대표적 명승지로 「홍천9景」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홍천 9경은 제1경으로 팔봉산(327m)을 꼽는다. 팔봉산은 한국 100대 명산의 하나로 나지막한 8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팔봉산이라 하며 봉우리 마다 특색 있는 신비스러움과 기암괴석이 산허리를 감싸고 흐르는 맑고 깨끗한 홍천강물과 조화를 이뤄 평소에도 수도권의 등산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제2경은 가리산(1,051m), 제3경 미약골, 제4경 금학산, 제5경 가령폭포, 제6경 공작산 수타사, 제7경 용소계곡, 제8경 살둔계곡, 제9경 가칠봉 삼봉약수이다. 필자 내외는 건강과 일정 관계상 홍천 9경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아쉽게 제6경인 공작산 수타사만을 샅샅이 탐미했다. 공작산 수타사는 마치 공작이 날개를 편 듯한 산세의 공작산 문턱에 위치한 영서지방 최고(最古)의 사찰이다.

신라 성덕왕 때 원효스님이 창건한 이곳에는 월인석보(月印釋譜)가 소장되어있어 학창시절 고문학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듣고 배워왔던 역사적 고문헌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어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월인석보는 세종 때 훈민정음 반포에 이어 한글로 지은 첫 작품인 용비어천가 발간 후 불덕을 찬양한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수양대군에 의해 편찬된 석보상절을 세조에 의해 합편한 문헌으로 고문학 사상 진귀한 보물급 소장품이다. 이러한 고귀한 문헌을 소장하고 있는 사찰이기 때문에 홍천군의 랜드마크로 홍천강과 더불어 공작산 수타사를 들고 있다.

필자가 수타사를 탐방한 날이 마침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날인지라 각종 전야제 행사 준비로 분주하고 월인석보를 바로 눈앞에서 살펴보려고 전국의 탐방객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공작산 수타사 주변 산역은 잣 집산지이다. 잣은 한방의약서인 본초강목에서도 보혈 강장제 최고의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은 기념으로 자식들과 가까운 친지들에게 나눠 주려고 큰 맘 먹고 지갑을 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우선 눈요기도 중요하지만 어딜 가나 색다른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필수 코스다. 홍천의 대표적 음식중 하나로 백종원 요리연구가가 추천한 생곡 막국수집을 찾았다. 때 이른 시간대인대도 홍천 인근을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로 식당 안은 시끌벅적 담소를 나누며 후루룩 후루룩 ~ 막국수를 삼킨다.

과연 소문대로 이곳 메밀 막국수 맛은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천하일품이다. 곁들여 주문한 감자전도 두툼하게 들기름에 부친 전 맛이 씹을수록 바삭바삭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의 식욕을 더욱 돋운다. 가끔 TV방송에 출연하여 전국 유명 음식점 맛 자랑에 등장하는 방송 내용이 그리 과장이 아닌 듯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도 되는 듯 5월11일 ‘홍천 한우 및 산나물 축제’가 성대하게 열렸다. 홍천강 주변 현대 아산병원 옆 야외 공설 쉼터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홍천군민들과 외지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밤늦도록 축제 분위기가 흥겹게 펼쳐졌다. 노랫소리, 함성소리,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 나누는 소리, 매캐한 숯불 연기 속에 홍천한우를 굽는 냄새가 뱃속을 요동치게 한다. 나 같은 늙은이도 나도 모르게 절로 흥에 겨워 손뼉치고 어깨춤이 들썩거렸다.

지금 전국 자치단체 마다 많은 예산을 낭비하면서 그렇고 그런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별로 감흥도 없고 지역 소득의 환원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소모적 행사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필자는 가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자녀의 집에 머무르는 경우 도쿄도(東京都) 각 자치구 단위 축제인 ‘마쯔리’ 행사를 호기심을 안고 참관한다. 마쯔리 행사를 참관하다 보면 이방인인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여 한 때를 즐긴 적이 있었는데, 홍천군 ‘한우와 산나물축제’가 일본인들의 마쯔리 축제를 연상케 한다.

아무쪼록 홍천군민의 ‘한우 및 산나물 축제’가 해를 거듭 할수록 더욱 알차게 발전되기를 기대하며 다른 지역 축제 준비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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