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속초, 고성의 모습은 처참하다. 마치 전쟁터의 집중 폭격을 당한 마을 모습과도 흡사하다. 전쟁영화의 촬영장을 옮겨 놓은 듯하다. 산불이 진화되고도 보름이 지났으나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처참한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이재민은 물론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난주에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 불에 탔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문화유산인 성당이 화염에 휩싸여 불에 타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지구촌 곳곳에 생방송이 됐다. 끔찍한 일이다. 우리도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불에 타는 안타까운 일을 경험한 터라 노트르담의 화재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화재의 특성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산림을 가꾸고 건물을 지어 역사적 가치가 되기까지는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필요하지만 이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이 아닌 한 순간이다. 최근에는 불을 진화하는 장비가 첨단화되어 있음에도 진화가 쉽지 않다는 특성 또한 갖고 있다.

속초와 고성의 산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발화원인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는 전봇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강한 바람으로 불이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불씨들이 바람을 타고 수백 미터를 날아가 불이 번지곤 했다. 진화가 완료됐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잔불로 다시 발화되는 모습도 있었다.

산불은 진화 장비가 헬리콥터다. 헬리콥터를 밤에 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따라서 밤에는 산불을 진화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졸지에 끔찍한 피해를 당한 이재민들의 수용시설은 학교 체육관이다. 다행스럽게도 속초와 고성은 각종 연수원 시설과 콘도가 있어 임시 수용 시설로 제공이 가능하다.

이재민들의 복구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국적인 성금 모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산불 즉시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했고 산불피해 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재민들은 큰 도움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잃은 집을 복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예산이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화재 현장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피해 내용을 파악하고 복구가 시작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됨은 이해된다. 하지만 반복적인 조사로 이재민들에게 상처가 키워지고 처참한 현장을 지속적으로 봐야 하는 이재민과 마을 주민 특히 학생들에게 주는 정서적인 불안감과 상처는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산불을 비롯한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발화가 됐다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불이 확대되기 전에 조기에 진압해야 한다. 119에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 벌금이나 처벌을 염려해 신고하지 않고 혼자 진화하려다 불이 확대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산불이나 화재가 진압되면 신속하게 피해를 파악하고 현장을 철거하고 복구해야 한다. 화재 시작에서 복구 완료의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이나 성금도 중요하지만 위로와 격려의 말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진화장비의 첨단화가 절실하다. 야간에도 진화가 가능한 헬기를 만드는 등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화재를 현장에서 목격했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 심리적으로 큰 트라우마에 걸리기 쉽다. 불로 인한 연기가 기관지를 비롯한 신체에 위해를 가했을지도 모르므로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은 물론 심리치료를 받아 심리적 안정감을 갖도록 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어린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재민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 보험이다. 상실감 속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정부의 보상이나 국민성금으로는 충분한 복구비용이 될 수 없다. 우리 고장도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인 만큼 화재보험에 가입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참혹한 화재 현장을 보면서 철저한 예방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을 대비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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