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요즘 세간의 이슈가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도다. 물론 정치 쪽으로는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한 남북과 북미의 회담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시작은 떠들썩한데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리기도 한 이 세계적인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맴돌고 있다. 어찌 보면 구한말과 비슷하다. 세계의 열강들이 대한제국을 먹겠다고 서로 으르렁거릴 때와 상황여건이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폭락하고 물건(상품) 값이 폭등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국가 간 큰 전쟁이 나든가 공황 재앙 또는 독재자의 경제정책 실패 등이 그 요인이지만 무역경쟁에서 공황이나 불황이 닥쳤을 때 일어나기도 한다.

제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 전쟁의 배상과 국토의 분할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 당시 인플레이션을 설명한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집안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월급을 타서 번 돈을 꼬박꼬박 예금을 했고 동생은 똑같이 벌어서 맥주만 사먹고 예금은 한 푼도 안했다. 

몇 년 후 형의 예금은 많이 모였고 동생은 맥주병만 가득 쌓였다. 형은 예금을 찾았고 동생은 맥주병을 팔아서 돈을 받았다. 결과는 동생이 훨씬 유리했다. 형의 예금가치는 물가인상을 따르지 못한 반면 동생의 맥주병 값은 상당해 오히려 맥주병을 모은 동생이 더 많이 벌었다는 결과다.

요즘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혹독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를 보자. 통닭 한 마리 값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한다면 약 5억 원이고 계란 한 개의 값이 5백만 원이란다. 그 나라 돈으로 수십만 단위의 가격으로 돈이 폐지 가격보다 싸서 오히려 휴지통에 버리는 실정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비극이다. 물가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정부에서도 다잡을 수 없는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어떤 나라인가. 석유 매장량이 세계4위의 나라다. 이는 다 정치를 잘못해서다. 통치자가 산업은 국유화하고 모든 것을 무료로 했다. 세금이 한 푼도 없다. 학교도 병원도 교통비도 모두 공짜다. 국민들도 처음엔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가지 못했다. 생산은 안 되고 모든 게 수입이다. 국고는 고갈되고 물건 값은 올랐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곧 국가가 파산지경이 될 것이라는 외신보도다.

이보다는 좀 나은 편이지만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그리스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나라들의 경제정책은 모두 과도한 복지정책에 근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타산지석을 삼아야 하겠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은 뭔가. 이 현상은 인플레이션과 반대로 물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얼추 생각에 물가가 하락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물가가 떨어지면 돈이 돌지 않는다. 물건이 안 팔려서 공장의 기계가 멈추고 노동자의 일감이 준다. 고용이 저하되고 해고가 는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모든 경제가 침체된다. 어떤 경제학자는 디플레이션이 오히려 인플레이션보다 더 나쁘다고 경제논리를 펴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경제는 어떤 쪽이 좋은가. 산업의 발전은 경인플레이션 즉 약한 물가상승이 좋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산업 징후가 일시적인 상품가격 상승을 빼고는 비교적 안정적 물가라고 한다. 물론 재해나 국제무역 관계 악화 등으로 물가상승이 있기도 하지만 우려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국가가 공인한 것이 연1.9% 내외였다.

국가는 국민을 상대로 경제정책을 실험해서는 안 된다. 실험적으로 했다가 잘되면 좋지만 실패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고집과 아집을 부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 번의 경제 실패는 수십 년의 후퇴를 의미한다. 임금(소득)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물가가 따라서 같이 오르면 소용이 없다. 국가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잘 조절해서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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