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 행사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 만세운동을 펼친 지 100주년이 됐다. 홍천은 애국애족의 고장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피 흘려 나라를 지켜준 선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보면 홍천은 항일투쟁의 본거지였으며 대한독립만세운동의 중심이었다.

때마침 요즘 유관순 열사의 독립투쟁을 그린 ‘항거’라는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역사상 외세의 잦은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켜낸 많은 훌륭한 선조들을 두고 있는 우리민족이지만 백 년 전 일제에 항거해 잃어버린 나라를 찾고자 애썼던 선열들의 나라사랑의 정신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한다.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정신적 배경은 의병항쟁에서 다져진 항일정신, 학교와 교회중심으로 벌어진 신문화운동을 통해 태동한 근대적 민족사상, 민족종교로서의 천도교 사상, 일제에 의한 고종 독살설이 유포되면서 대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홍천군의 만세운동은 4월 1일 홍천읍을 필두로 2일에는 동면, 3일에는 내촌면으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1919년 4월 1일 홍천읍 장날을 기해 홍천과 북방면 주민들이 장터로 몰려들어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펼쳤다. 만세운동에 참여한 군중들이 군청과 면사무소로 몰려가자 군수와 면장이 도망을 가기도 했다. 인제와 홍천을 잇는 도로 개설 공사장 인부들까지 합류해 만세운동에 동참했으나 일본 헌병들에 의해 체포되고 해산되었다.

4월 2일 동면 속초리에 천여 명이 넘는 군중들이 모여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고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불러 천지를 진동케 했다. 동면만세운동 이틀째인 3일에는 성수리에 사는 두 명의 민씨 형제가 홍천읍 헌병분소로 잡혀간 주민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홍천읍으로 향하던 중 일본 헌병의 총에 맞아 전사했다.

동창마을은 만세운동의 절정판이었다. 물걸리는 면소재지도 아닌 작은 마을이었지만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곳으로 인근 서석면의 수하리 등 여러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동학란 때 동학군이 진을 쳤던 곳이 물걸리여서 천도교와 인연이 깊었던 것도 한 요인이었다.

4월 3일 천명 이상의 마을 주민들이 동창마을에 몰려들어 대형태극기를 게양하고 만세를 부르며 대한독립을 외쳤다. 만세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때 몰래 숨어 있던 무장한 일본 헌병들이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했고 8명의 선열들이 현장에서 산화했다. 이때 순국한 여덟 분을 기리기 위해 팔렬사라 부른다.

동면 노천2리 가래골에서는 한갑복 의병대장이 매복해 있던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산화하는 등 나라의 독립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졌던 선열들의 나라사랑의 혼이 녹아 있는 고장이다. 그동안 알려져 후대들에게 전해지는 독립을 위한 투쟁의 역사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땀과 열정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내촌면 물걸리의 하천 바위에 ‘대한민국만세’라는 암각이 발견됐다. 무상한 세월과 거친 물의 흐름에 씻겨나가면서도 그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굴의 의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여겨진다.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남몰래 바위에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기원하며 망치질을 했을 무명의 조상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이 피 흘려 지킨 나라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과 풍요를 누리는 오늘의 대한민국, 그것도 자랑스런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가꿔온 홍천에 대한 자랑과 자긍심을 크게 가져야 한다. 나라꽃 무궁화 고장 홍천의 후예로서의 사명감도 가져야 한다.

지나온 백년을 조명해 보며 앞으로의 백년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선열들이 애타게 그리도 간절하게 원했던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남과 북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다. 최근 남북평화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미국과 북한의 정상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이 결렬되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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