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겨울은 춥고 눈이 와야 겨울답다. 절기상 대설도 지났다. 하지만 하늘에서 눈을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눈이 오면 자동차를 운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많아진다. 다양한 형태의 빙판길 접촉사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눈이 없는 겨울철 도로는 운전하기에 너무 좋다.

사실 겨울철 눈은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집 앞은 물론 도로, 마당 등 곳곳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불편함도 가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와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눈이 아니라 적당한 양의 눈은 반드시 필요하다. 눈썰매를 타기 위함이 아니라 식수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눈이 와야 한다.

지금처럼 겨울 가뭄이 계속된다면 우리 고장의 농사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옥수수나 벼 같은 농작물은 물론이고 과수농가도 물이 충분해야 과실이 맛깔스럽게 잘 익을 수 있다. 가뜩이나 봄과 여름철에도 충분한 강수량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고장 농가들이고 보면 시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겨울 가뭄은 여름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계곡에 물이 있어야 발을 담그고 피서를 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정 홍천의 자랑은 맑은 물과 오염되지 않은 공기다. 계곡이 말라붙어 물이 없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피서객들이 찾는 계곡이 되기 어렵다.

지금은 생수를 비싼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대형마트의 매장에 가보면 생수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다. 가정에도 생수기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조선시대 이전을 살았거나 근대에 살다 가신 조상님들이 우리나라도 이제는 돈 주고 물을 사먹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면 황당해 할 것이다.

가뭄의 염려 중 하나는 산불이다. 예전에는 봄과 가을에만 산불조심 강조기간이 운영됐으나 이제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사철 산불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이미 동해안에서는 겨울 산불이 몇 차례 있었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화재로 인한 피해도 막대하다. 애써 가꾼 산림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곤 한다.

대한민국도 곧 물 부족국가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촌의 물 부족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산수가 수려한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 해서 해학으로 이야기가 전해지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미세먼지를 인공강수로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차원에서 추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자연현상이다. 계절에 따른 인간의 편리함보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올리듯 ‘기설제’라도 올려야 할 판이다.

적당한 양의 눈이 오기를 기원한다. 이상기온현상으로 자칫 폭설이 내리는 경우도 있다. 폭설은 많은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적당한 양의 눈이 와야 한다. 눈이 내리면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 반가운 눈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반갑지 않은 눈이 될 수도 있으므로 빙판길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물 부족현상에 대비해 물을 아껴 써야 한다. 낭비가 심한 경우 ‘물 쓰듯 한다’는 말을 한다. 그동안 물은 펑펑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물을 아껴 써야 하고 가급적이면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쓰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세탁기 사용에서 화학세제를 줄이는 방안의 강구가 절실하다. 지구의 환경오염은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이미 이스라엘에서는 바닷물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정부차원에서 바닷물을 식수나 농·공업용수로 사용하는 기술 개발에 진력을 기울여야 하며 빗물이나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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