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제 체육입국의 스포츠 강국이다. 다양한 종목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국위를 크게 선양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엘리트 체육 선수육성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학교 육성종목의 운동선수들은 모든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회출전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요인이기도 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특기자입학과 학점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구체화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사학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화여자대학의 총장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구속이 되는 초유의 사태 또한 벌어졌다.  

 정유라는 대학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으며 대학에 입학해서도 출석과 관계없이 학점을 받는 등 금수저로서의 특혜를 단단히 받았다. 시험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대리 답안지를 통해 성적이 나오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사학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생했다. 

 정유라의 불똥이 고스란히 학교 엘리트 스포츠로 튀었다. 정유라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관련 교사들도 징계를 피해 가지 못했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체육특기자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운동 능력이 뛰어나도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대회출전 제한은 물론 체육특기자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스포츠는 박세리, 박찬호, 박인비, 박태환, 김연아, 이상화 등 무수히 많은 스포츠 스타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서며 국민들에게 영광과 환희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선사했다. 그때마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모아가며 찬사를 보냈다. 올림픽대회에서 10위 권 이내 진입하고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입하기도 했다.

 우수한 선수를 육성해 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울 올림픽,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평창 동계올림픽 등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의 개최로 세계대회 개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도 한 말 그대로 체육입국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 이후 우리나라 체육의 풀뿌리인 학교스포츠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학교 운동선수가 학교 공부를 하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일정한 성적이 되지 않는 선수는 대회출전을 제한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조치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은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의 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생 개개인의 꿈과 기를 키워주자고 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특히 모두가 일등일 수는 더더욱 없다. 어느 집단에서나 성적으로 한 줄을 세우면 일등이 있고 꼴찌가 있게 마련이다. 지적인 능력은 떨어지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이 좋은 학생이 역도를 한다든가 힘을 쓰는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양하거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받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수업을 충실하게 들었느냐의 여부로 판단을 해야지 시험을 치른 성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둔다는 것은 시대상황이나 배경에 맞는 조치가 결코 아님을 강조한다. 

 지적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업을 충실하게 들어도 일 년 내내 족집게 과외 선생님을 붙여도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는 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일반 학생들도 꼴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오직 성적만으로 선수의 자격을 제한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신이 타고난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못해도 특기가 있는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상급학교에 진학해 꿈을 펼쳐 나가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올림픽 게임에 성적이 낮다고 출전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대로 된 특기자 관리 규정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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