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요즘 TV 연속극에 병원(의사)을 소재로 한 내용이 종종 나온다. 특히 응급실 전문의나 외과 흉부외과 같은 데는 사람의 목숨이 시급을 다투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그들의 삶은 자기의 시간이 별로 없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들이다. 직업인으로서 직장은 보장되나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으로 사명감이나 보람 같은 의무감이 없고서는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하겠다.

의사가 되려면 우선 성적이 좋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고등학교가 약 6000여 개가 있는데 이 중에서 평균 1등을 해야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학교로 치면 그렇지만 명문고나 외고를 뺀다면 군단위에서는 몇 년에 한명 가기도 힘든 경쟁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약 12만여 명인데 장롱 속 면허나 은퇴 의사를 빼면 약 10만여 명이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친다면 5백여 명당 의사 1인인 셈이다. 한 해에 의대에서 의사 배출(로스쿨 포함)이 약 3천 명 내외의 신규 의사가 면허를 받는다.

의대는 6년이다. 보통 일반대학은 4년이면 학사가 되고 대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6년이다. 헌데 의사는 6년을 배우고 의사자격을 획득하고 다시 2년의 인턴을 거친다. 인턴 과정은 여러 분야의 진료과에서 실습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의 적성을 찾아 실습을 하고 인턴을 마치면 전문의 과정인 레지던트 4년차를 간다. 물론 레지던트는 시험을 봐야 한다. 인기 과는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비인기 과는 전공의가 없다시피 한다.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이 순조롭게 끝나면 전문의 자격이 부여되고(전문의 국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사회로 나가게 되는데(여자의 경우) 남자는 병역의무 대신 군의관으로 입대해야 한다. 인턴만 마치고 군에 가면 중위의 계급을 달고 3년간 군의관 생활을 하지만 전공의를 따고 입대하면 대위의 계급으로 역시 3년 복무다. 만약 현역 군의관으로 복무를 하지 않으면 보건소나 국가의료원에서 대체복무 3년을 해야 한다. 

결국 의사(전문의) 하나 제대로 하려면 15년을 배워야 한다. 초·중·고등학교부터 친다면 27년을 배워야 제대로 된 의료인 하나가 만들어지는 거다. 의대는 배우는 당사자도 그렇지만 그 부모도 어쩌면 그 긴 시간동안 같이 고생하는 격이다. 의대 졸업기간 6년 동안은 학비가 일반대학의 배쯤 되고 책이나 실습비는 또 얼마나 많이 든단 말인가. 인턴이 되면 제 용돈 정도는 나온다. 돈 백만 원 조금 넘는 것 같다. 인턴 2년이 지나고 레지던트가 되면 급여가 인턴의 배 정도 나와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넘는 열악한 보수다. 전공의를 끝내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공중보건의(보건소나 공공의료원)나 군의관이 되면 그때부터 의사로서의 급여를 제대로 받게 된다. 

의사 하나 태어나기가 이렇게 힘들다. 물론 당사자들이 의학을 배울 때는 오죽하랴.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때 잘 못 먹는다. 특히 인턴 때는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가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까지 우스갯소리를 한다. 병원에서 인턴실습을 할 때 얘기도 있다. “아래를 보면 시멘트 바닥이고 쳐다보면 간호사 가운만 보인다”고 한다. 간호사들도 인턴의사 때 실컷 부려먹고 놀려줘야지 레지던트나 전문의가 되면 상하관계가 되기 때문에 실습생 때가 이때다 하고 골려준다고 한다.

의사란 직업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으로 일반 의사나 한의사 치과의사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사람의 목숨 내지 신체를 다루기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술의 한계에 부딪치면 몰라도 실수는 인정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긴 인명은 재천이라 했지만 그래도 병은 고쳐야 한다. 사고든지 병이든지 간에 아픈 자는 고쳐야 한다. 

며칠 전 수능도 끝나고 논술이나 면접 등이 수험생들에게 남아 있다. 수시와 수능 등 합격자들은 앞으로의 진로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은 더한 각오와 희망과 명의가 되기 위한 기초의학문을 열심히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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