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홍천소방서 서석119안전센터장 소방경

요즘 텔레비전을 보기가 겁이 난다. 텔레비전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는 이야기뿐인 것 같다. 심장이 약한 나로서는 뉴스 보는 것이 살짝 두렵기도 하다.

얼마 전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9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사망 29명과 부상자 37명 등 많은 사람이 숨지고 다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한 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여 간호사와 환자 등 5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뉴스의 기억이 아직도 나에게 생생히 남아 있다.

몇 년 전 소방서에서 주택화재 예방 대책을 추진하면서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라고 해 단체로 구입하여 우리 집 주방의 싱크대 위 천장과 베란다 천장에 화재감지기를 직접 설치하였다. 10년 이상을 살고 있는 집이지만 한번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면서도 이게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난 무렵 아내와 함께 재밌는 드라마에 한창 빠져있을 때 어디선가“삑” 하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TV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것이었다. 순간 ”아차“ 하면서 빠르게 주방으로 나가보았다. 옷을 삶기 위해 가스 불 위에 올려 놓은 것이 생각이 난 것이다. 문을 여는 순간 역겨운 타는 냄새와 새카만 연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다행히 화염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숫대야 속의 옷이 시꺼멓게 타버려 숯처럼 변해 버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세숫대야에 불이 붙을 뻔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종종 휴대폰을 냉장고 넣어두거나 손에 물건을 쥔 상태로 그것을 찾으러 헤매는 등 어이없는 사례를 들으며 재미있게 웃곤 한다. 하지만 불은 그러한 것들과 달라서 한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평생을 쌓아놓은 집이나 귀중한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 것이 바로 화재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뜻의 “망우보뢰”라는 성어가 있다.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한다는 뜻의 “ 망우보뢰”는 우리에게 너무 큰 교훈을 안겨주는 말이다. 하지만 화재는 여타 다른 실패와 달리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된다. 그래서 미리미리 화재를 대비하는 자세가 우리에겐 더욱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소방서에서는 주택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대형마트 아무 곳이나 가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이런 준비는 누가 강요하기 보단 우리 스스로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제천화재와 밀양화재 참사를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잃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화재에 대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하며 미리 미리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여 언제 있을지 모르는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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