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불철주야 학교 공부에 심혈을 기울여 온 우리 고장 출신 고3 학생들 모두 원하는 성적이 나오길 응원한다. 학교 현장은 고3 학생들은 이번 주 기말고사를 치르게 되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교는 곧 고3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의 내실을 기하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된 전형방식이다. 우리 고장을 비롯해 지역의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상위권 대학에 다수 진학하고 있어 대학입시에서 현재의 전형방식이 유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수능 이후 고3 교실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5학기나 다름없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수시전형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3학년 2학기 성적은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3학년 1학기까지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영역 기록내용이 반영된다. 물론 6학기를 모두 마쳐야 졸업이 되지만 3학년 2학기는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다.

수시원서 접수는 8월과 9월에 이루어진다. 10월에는 원서를 제출한 대학별로 면접시험을 치르기 위해 최대 여섯 개 대학을 다녀야 한다. 수능은 11월 중순에 치른다. 정시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수능성적이 절대적이지만 수시로 진학하는 학생은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거나 아예 수능성적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 전형도 있다.

이렇다보니 3학년 2학기 들어서는 수능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는 것은 물론 내신 중 교과 성적의 바탕이 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대충 치르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혹은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는 대학도 있다. 수능성적표는 12월 초에 배부된다.

대학입시라는 지향점을 잃은 고3 학생들에게 2학기 학교생활은 의미가 없다. 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대학생이 되어버렸다. 학교 일과시간만 끝나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나선다. 대학의 전공학과와 관련된 체험도 아니고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도 아닌 자신이 갖고 싶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는 수능이후 프로그램을 체험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등 다양하게 개발하여 학생들에게 투입하지만 입시가 끝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리 없다. 탁상에서 이론적으로만 보면 왜 교육과정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느냐고 하지만 현장과 이론은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고3 교실은 전쟁터다. 특강 등 체험활동도 따지고 보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아니다.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양상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수시와 정시 비율, 수능의 형태 등은 지금과 같이 유지하면서 수능 시기만 늦춰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12월에 수능시험을 치르더라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3학년 2학기 성적이 대입에 반영되어야 한다.

대학입학 수능시험은 매년 국가에서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르는 국가시험이다. 그런데 그 성적을 아예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한두 과목이라도 반영하거나 최저학력기준을 낮춘다든가 해서 어떤 형태로든 대학입시에 반영되어야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교실이 정상화될 수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수능 이후 방황하는 고3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체격은 남산만하지만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이다. 귀한 우리의 미래들이다. 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지역의 기성세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바르게 성장해 가도록 챙겨주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도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수능이후 고3 교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특별한 조치 없이 학교에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문제가 확인되면 즉시즉시 해결책을 마련하고 개선해야 한다. 고3 교실이 안정을 찾고 정상 운영돼야 대한민국의 교육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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