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2-111]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지도력과 용병술은 왜국의 전술 전략가들도 탄복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영화 [명량]이 이런 장군의 탁월성을 부각시키고 있으니 우리 후진들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장군이 사용했던 칼을 보면서 애끓는 시상 주머니를 매만지고 있다. 장군이 썼던 물건이니 그렇게 보았으리라. 아깝구나! 그날의 우리 이순신 장군이여! 장군의 육중한 몸 큰 나무가 비로소 저 언덕 너머 떨어졌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感李統制(감이통제) / 신곡 윤계
장군 칼에 바람일고 바다는 하늘 잠겨
아깝다, 그날의 이순신 장군이여
큰 나무 언덕 너머에 떨어지어 있구나.
倚天看劒望生風 溟海茫茫浸碧空
의천간검망생풍 명해망망침벽공
可惜當年李統制 瓢零大樹九原中
가석당년이통제 표령대수구원중

아깝구나! 그날의 우리 이순신 장군이여!(感李統制)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신곡(薪谷) 윤계(尹棨:1583∼1636)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장군의) 칼을 우두커니 바라보니 바람이 이는 것 같고 / 아득하게 푸른 바다는 하늘에 잠겼는 듯 하구나 // 아깝구나! 그날의 우리 이순신 장군이시여! // 장군의 육중한 몸 큰 나무 저 언덕 너머 떨어졌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아깝구나 이순신이여!]로 번역된다. 지루했던 임진왜란을 상기하면서 성웅을 떠올리는 시상이다. 충무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율시인 후구를 번역문만 인용해 보인다. [중원과 우리 동방 나누인 곳에 / 하늘 닿은 한 바다 안개만이 자욱하네 // 구리 기둥 세우는 곳에 싸움은 없고 / 금성에서 전략으로 밭을 갈았네]라고 했다.

시인은 왜적을 섬멸했던 장군의 기개를 떠올리면서 장군이 썼던 칼을 보면서 시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장군의 칼을 우두커니 바라보니 마치 바람을 일으키는 것 같고, 아득하게 먼 푸른 바다는 하늘에 잠겨 있는 듯 하다는 시상이다. 장군의 칼과 바람을, 푸른 바다와 하늘을 대비하는 시적인 상상력을 일구어냈다. 시는 객관적 상관물을 보면서 다른 사물과 대비시키면서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화자는 이와 같은 시상에 따라 그날의 성웅을 떠올리게 된다. ‘아깝구나, 그날의 우리 이순신 장군이시여!’를 외치면서 큰 나무가 저 언덕 너머로 떨어졌다는 감탄의 한 마디로 시상의 문을 닫아 본다. 큰 나무는 역시 벌쭉한 성웅이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칼을 보니 바람 일고 푸른 바다 하늘 잠겨, 이순신 장군이시여! 육중한 몸 떨어졌구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신곡(薪谷) 윤계(尹棨:1583∼1636)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지중추부사 윤우신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교리 윤섬이고 아버지는 현감 윤형갑이며, 어머니는 창원황씨로 관찰사 황치경의 딸이다. 1624년(인조 2) 사마시에 합격하고, 1627년 정묘호란 때 상소하여 척화를 주장했다.

【한자와 어구】
倚天: 하늘을 의지하다. 看劒: 칼을 보다. 望: 바라보다. 生風: 생바람이 일다. 溟海: 아득한 바다. 茫茫: 망망하게. 浸碧空: 푸른 바다에 잠겼다. // 可惜: 가히 애석하다. 當年: 당년. 금년. 李統制: 이통제사. 이순신 장군을 가리킴. 瓢零: 대수장군 마이(?異)를 이름. 大樹: 장군의 이름. 九原中: 묘지 가운데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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