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우 반가운 고향소식을 접했다. 홍천군에서 40억여 원의 예산을 확보해 군립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는 계획이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말도 있지만 이제라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계획을 세워 추진하다는 것은 홍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홍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다. 넓은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원시 구석기시대부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애국애족의 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박물관 하나 없이 지내왔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다. 온고지신이라는 말도 있다. 옛것 없이 오늘이 존재할 수 없으며 새로운 것이 나타날 수 없다.

4차 혁명의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역사 인식이 낮고 정체성이 매우 약하며 자기 출신 고장에 대한 자긍심도 부족하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삶을 살아간다. 제대로 만들어진 박물관은 그 자체가 미래 세대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강산이 변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미래사회의 주인이 될 학생들에게 애향심을 키워줘야 한다고 하지만 말로만 하는 가르침보다 보여주며 느끼게 하는 교육이 더 교육적 효과가 큰 시대다. 이런 점에서 박물관 건립 추진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고장과 인근지역인 양구 박물관에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양구 박물관에 홍천의 구석기 유물을 전시한 모습을 확인했다. 정작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홍천에는 없는 박물관 전시 물품이 양구에 있는 모습을 보며 홍천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라는 묘한 감정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우리고장에서 그동안 출토된 구석기 유물이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홍천읍 연봉리 무궁화공원에 향토사료관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생들이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 자랑스럽게 홍천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이나 전시물품은 아니다. 사실 홍천은 홍천 그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근현대사의 홍천은 정말 자랑스런 고장이다. 

일제강점기 때 민족혼을 불어 넣은 무궁화나무 보급, 동학혁명과 만세운동, 한국전쟁에서의 치열한 전투 등은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가 분명한 역사를 갖고 있다. 기왕에 지자체에서 건립하기로 한만큼 기일이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박물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더 확보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계획을 보면 향토사료관이 있는 곳에 건립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좁은 듯한 감은 있지만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주차장 시설 및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내용에 관계없이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인 사료를 모으는 일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집에 보관하고 있으면 유물이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되면 보물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유물이라도 어두운 집안에 갇혀 있으면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조상들의 물려준 자료라 해도 역사라는 이름 앞에서는 개인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봐야 한다.

박물관의 내부 시설도 중요하지만 외관의 건축 디자인도 신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천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길 기대한다. 전시관도 보는 사람 중심으로 편리하게 구조화되기를 바란다. 천편일률적인 박물관이 아니라 홍천만의 독특한 박물관이기를 기대해 본다.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계획만으로도 벌써 설레어진다.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여 늦은 만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