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개그맨의 말 중 ‘소는 누가 키우나’는 말이 있었다. 듣는 사람들은 개그맨의 걸출한 입담에 웃음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라는 누가 지키나’라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지난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결함에 따라 향후 병역법에 대체복무 도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근로의 의무,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를 4대 의무라 부른다. 특히 국방의 의무는 피 끓는 청춘의 20대에 입영을 해서 2년 안팎의 기간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복무를 해야 한다.

청춘의 1년은 장년이나 노년의 10년과도 바꾸지 않는 소중한 시기다. 이 소중한 시기에 긴 시간 자유를 억압당한 채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고통과 아픔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돈 많은 사람들은 외국 국적을 얻으려하고 심지어 자신의 신체에 장애를 만들어 면제 받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에 군복무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취업을 준비함에 있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군복무의 병과에 따라서는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자격을 취득해 취업에 유리한 면도 있겠으나 같은 또래의 청춘들과 특히 여성들과의 경쟁에서는 뒤처지게 마련이다. 

최근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곧 통일이 다가오는 듯 하지만 현실은 대한민국은 엄연한 분단국가라는 사실이다. 통일된 하나의 한반도일지라도 군대는 필요하다. 지정학적 위치가 열강의 틈새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 훈련된 군대만이 국가 안보를 지켜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모병제가 아닌 징집제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면 누구나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기본 가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병역의 의무를 대체복무로 대신하고 대한민국 남자로 살아가는 길이 합법화 됐다. 양심적 병역기피라는 용어도 문제다. 자칫 양심이 없는 사람이 군에 가는 것처럼 인식될 때가 있다. 병역기피는 기피일 뿐이다. 

군사 훈련은 운동경기와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컴퓨터 게임이나 핸드폰 게임이 아니다. 땀을 흘려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피를 흘려야 한다. 굉음이 나는 총을 쏘아야 하고 수류탄을 투척하거나 대포를 쏘아야 한다. 밀려오는 잠을 미뤄야 하고 유사시 내 한 몸을 던져 동료를 구하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군대 무기가 현대화되고 최첨단화 되었다. 앉아서 컴퓨터 자판기나 버튼을 누르면 무인항공기나 로봇이 전투를 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신소재 전투복으로 완전무장을 해도 가벼울 수 있겠지만 결국 목표 고지를 점령하거나 건물을 점령하는 것은 군인이 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쳐 4차 혁명의 인공지능시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익숙하기보다 혼자가 더 익숙해진 문화를 가진 세대들이다. ‘우리’라는 가치보다 ‘나’라는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결코 크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법은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안보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평화는 강한 군사력만이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기억한다. 발전하는 시대상황에 맞춰 군복무에 대한 기간, 훈련, 복지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군 복무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절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미래 시대를 살아갈 젊은이들이 상식 없는 행동을 하지야 않겠지만 법의 기저에 깔고 있는 병역의 의무를 대체복무로 선호한다면 그때는 누가 총을 들고 전선에서 나라를 지킬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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