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뭐길래

▲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명절 때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올 추석만 해도 신문이나 TV에 의하면 3천5백여만 명이 고향을 찾았다고 한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도 명절 때 고향 찾는단 말은 변함이 없다.

고향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특히 더한 것 같다. 중국은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해서 몇 주 간 역시 중화인민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농민군으로 도시에서 산업전선에서 일하던 농촌의 젊은이들이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긴 했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은 변하지 않고 있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난 곳”이라 했다. 사실 여기에는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단순히 태어난 곳이라면 산부인과 병원 침대 위가 고향이란 말인가(이 말은 필자의 외손자가 한 말이다)? 필자의 외손자가 미국에서 태어나 몇 군데 옮겨 살다가 귀국해서 제 누나와의 대화 중 고향얘기가 나오자 불쑥 던진 말이다.

고향의 정의는 단순히 태어난 곳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몇 가지의 조건이 따라붙는다. 아버지의 고향부터 부모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태어나서 몇 살까지 살았었노라 하는 것이 있다. 보통 고향이라 하면 아버지가 태어나고 본인이 태어나 초·중·고 정도를 다녔던 곳이면 고향이라 정의해도 좋을 것 같다.

서울의 인구는 천만여 명이지만 순수 서울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뿐더러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대부분 인구도 거의 제바닥 출신은 많지 않다. 고향의 상징은 도시보다는 농촌이나 어촌 광산촌(지금은 많지 않지만)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산간농촌이나 바닷가 어촌이다.

고향을 대표하는 글도 많다. 이은상의 가고파라든가 정지용의 향수 등이 그렇다. 고향(농촌)을 소재로 쓴 소설도 많다. 일제강점기 때 심훈의 상록수도 고향소설이다. 어쨌든 명절과 고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다.

고향 가는 길

여느 때는
잠자고 있던 내 마음의 생각들이
명절 때가 되면 움직인다
그곳이 고향이라는 곳

계절 따라 산천이 변하고
자주 가던 이웃집은 그대로 있는지
고추잠자리는 아직도 
마당을 맴돌고
뻐꾸기 까마귀 까치들은
지금도 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지

살기위해 고향을 떠나
시멘트 숲속에서 그냥저냥 살지만
내 몸 속엔 고향의 흙냄새와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는데
나 이제 그곳 찾아
길 떠나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