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고사성어는 옛 중국 고사에 있었던 얘기다. 내용인즉 이렇다. 절대 권력자인 황제가 임종을 맞아 여러 대신들과 아들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남기는데 많은 황후(애첩) 중에서 제일 예쁘고 어린 후궁을 순장시키라는 황제의 명령이다. 순장이란 산 사람을 죽은 사람과 함께 장례를 지내는 거다.

많은 대신들과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제가 그 말을 남기고 임종을 하려 할 때 장자가 황제에게 가까이 가서 귀를 황제 입 가까이에 댔다. 황제는 무슨 말인지 몇 마디 했고 아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황제의 말은 아들밖에 듣지를 못했다.

황제가 죽고 장엄한 장례준비가 한창인데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을 장자아들이 대신들과 형제 가족들을 모아놓았다. 그리고는 “황제는 돌아가셨습니다. 황제께서 맨 끝으로 하신 말씀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하자 모두가 엄숙해졌다. 과연 어떤 유언을 했을까? 이미 후궁으로 순장감도 정해졌고 그의 유언이 무엇인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드디어 장자가 “황제의 최후 유언은 황제께서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궁을 순장하지 말고 자유로운 여인으로 살게 하라”는 말씀이었다고 했다. 많은 대신들과 가족들이 수군거렸다. 절대 권력자의 유언이고 그 자리를 계승할 새 황제의 말에 그 어느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 황제가 임종 시 제일 가까운 데서 대화를 한 자가 장자였기 때문이다. 그 후 어린 후궁은 궁을 나가 자유로운 여인이 되어 이웃나라로 이주했다.

세월이 흘러 수십 년 장자가 황제에 올라 정치를 잘해 태평세월이 됐으나 원래 세상의 이치는 그렇지만은 않아 이 나라에 반란이 일어났다. 반군은 큰 여세로 황궁을 치고 왕은 단독필마로 이웃나라로 피난을 갔다. 뒤에는 반란군 장수가 추격해오고 황제는 넓은 풀밭을 달렸다. 한참 후 반군 대장에게 황제가 잡힐 무렵 반군대장의 말이 풀 올가미에 걸려 나동그라졌다. 적장은 말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었고 황제는 그 위기를 벗어나 무사히 이웃나라에 안착을 해서 묵을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황제에게 와서 큰절을 하는 것이다. 황제는 “뉘시게 처음 보는 내게 인사를 하시오?” 하자 노인은 “저는 이미 제 자식(딸)을 통해서 황제님의 그 고귀한 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면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얘기인즉 그 노인은 황제가 순장에서 살려준 후궁의 아버지로 딸은 그때 무사히 그 나라를 떠나 이 나라에 와서 역시 후궁이 되어 잘살고 있으며 늘 황제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참에 황제가 쫒기고 있다 하여 그 길목에 풀을 엮어서 올가미를 놨고 적장이 쫒아오다 말이 그 풀에 걸려 넘어지게 해 황제가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부터 ‘결초보은’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이 세상엔 좋은 일을 하고도 오히려 욕을 먹는 세상인데 옛 고사성어지만 오늘에 생각됨이 많은 글귀다. 사실 그때 황제 임종 시 장자가 마지막으로 황제의 입에 귀를 대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황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죽었으며 장자는 산 사람을 매장시킨다는 부당한 행위에 반기를 들고 거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인륜 도덕이 많이 훼손된 요즘 귀감이 될 성 싶은 얘기다.

그런가 하면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도움을 줬는데 오히려 해코지를 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런 얘기도 있다. “머리 검은 짐승 남의 은혜 모른다.” 이는 사람을 구제하면 해를 본다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데 그에 상응하는 보답은커녕 오히려 해를 가해온다는 씁쓸한 얘기다. 즉 결초보은은 못할망정 배은망덕(背恩忘德)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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