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2-100]

인생을 두고 시를 읊었던 사람은 참 많았다. 이를 인간의 생로병사와 연결하면서 읊었던 시상도 수없이 많이 접했다. 봉오리를 맺으면 꽃이 피고 한창 무르익어가는 상황이 전개되더니만 곱게 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모진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이 있다. 인고忍苦의 아픔을 비유한 시상이다. 인생이란 바로 봄이 오가는 것과 같을 것이니 꽃이 피는 것을 보는가 했는데 또 꽃이 지기도 한다고 애절하게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洛花渡(낙화도) / 신녀
어제는 윗집에서 오늘은 낙화 물결
인생은 봄이 오고 가는 것과 같으니
꽃핌을 보나 했는데 꽃이 지기도 한다네.
昨宿開花上下家      今朝來渡落花波
작숙개화상하가      금조내도낙화파
人生正似春來去      纔見開花又落花
인생정사춘래거      재견개화우낙화

인생이란 바로 봄이 오가는 것과 같으니(洛花渡)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신녀(神女)로만 알려진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어제는 꽃이 피어난 아랫집 윗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 오늘은 여기 와서 낙화의 물결을 밟고 있구나 // 인생이란 바로 봄이 오가는 것과 같을 것이니 / 꽃이 피는 것을 보는가 했는데 또 꽃이 지기도 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로 번역된다. 흔히 인생을 꽃에 비유하기도 한다. 꽃이 피는 것은 한창 인생의 젊었을 적과 비유되기도 하고, 떨어진 꽃은 황혼기에 접어들다가 꽃과 같이 하염없이 지고 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꽃이 필적에는 꿈도 부풀고 하고자 하는 일도 많지만 황혼기에 접어들어 인생은 늘 정리하고 마감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런데 착안하면서 시상을 일으켰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제는 꽃 핀 아랫집 윗집에서 묵고, 오늘은 여기 와서 낙화의 물결을 밟았다는 시적인 상상력을 일으키고 있다. 시상의 흐름은 늘 조용한 것에서 떠들썩한 곳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누구든지 새로 핀 꽃을 감상하고 꿈을 키우기도 했음을 생각했겠다.

화자는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다시 인생에 비유하는 전환점을 넘나들게 된다. 인생이란 바로 봄이 오가는 것과 같으니 봄에 꽃이 피는 것을 보는가 했더니만 다시 또 꽃이 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다. 인생은 화사한 봄에 봉오리로 여물었다가 꽃이 피고 지는 순간적인 찰나를 맛보며 시들어가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피는 꽃 하룻밤 묵고 낙화 물결 밟고 있네, 인생은 봄이 온 것이니 꽃이 피고 꽃이 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신녀(神女:?∼?)인 여류시인으로 그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昨宿: 어제 저녁에 ~에서 자다. 開花: 꽃이 피다. 上下家: 위와 아랫집. 윗집 아랫집. 위 아랫집. 今朝: 오늘 아침엔. 來渡: 건너와서. 落花波: 낙화의 파도. 꽃이 파도와 같이 떨어짐. // 人生: 인생. 正似: 바로 ~과 같다. 春來去: 청춘이 가다. 纔: 겨우. 見: 보다. 開花: 꽃이 피다. 又: 또. 落花: 꽃이 지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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